낙타 12마리, 입술 보톡스 시술 의혹으로 대회서 탈락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고 있는 '낙타 미모 경연대회'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3일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매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동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사막에서 진행되는 이 대회가 올해는 '보톡스 스캔들'에 휩싸였다.

이 대회에 참가한 낙타 12마리가 입술 부위에 보톡스 시술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탈락한 것.

사우디에서는 해마다 사막의 유목민인 베두인족을 상징하는 낙타를 기념·축하하기 위해 이러한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거액의 상금을 타려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전체 상금은 5천700만 달러(약 611억원)에 달한다.

또 심사단이 얼굴과 외모 중심으로 미의 기준을 판단하면서 결국 '낙타 성형' 스캔들까지 터졌다.

한 달간 진행되는 경연에는 대략 낙타 3만 마리가 경쟁한다.

본격적인 행사 전에 열리는 낙타 경주대회와 매매 시장에 나오는 낙타를 보려고 관람객 약 30만명이 이곳에 모여든다.

아버지가 낙타를 키운다는 알리 알마즈루이(31)는 "행사 참가자들은 낙타의 윗입술과 아랫입술, 코, 심지어 턱에도 보톡스 시술을 한다"고 아랍에미리트(UAE) 매체 '더 내셔널'에 말했다.

는 이어 보톡스 시술은 낙타의 머리를 실제보다 더 커 보이게 한다며 "그 낙타들은 큰 입술과 큰 코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톡스를 맞은 낙타들은 경연에서 입상 가능성을 높이고 매수자들에게는 더 비싼 가격에 팔릴 가능성도 있다.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자 '부정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주용 낙타가 약물 복용 시 처벌을 받는 것처럼 미모 경연대회에도 같은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알마즈루이는 "낙타 미모 경연대회에 참가한 주인들이 낙타를 더 가치 있어 보이게 하려 한다"며 "그들이 모두를 속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UAE 아부다비에서는 낙타 경주대회 때 약물 복용이 적발될 시 5만 디르함(약 1천500만원)이 벌금으로 부과된다.

그러나 낙타 미모 경연대회에서는 벌금이 부과된 사례가 아직 없다고 알마즈루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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