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첫 '세이프가드'발동, 대미 무역 흑자 한국의 3배인 일본엔 보복 안해 대조

[이슈진단]

"최대 무역 적자국 中 공격 과정서 美 사정권 든 한국 피해"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등 대 한국 규제'갈수록 태산'우려

미국발(發) 글로벌 무역 전쟁의 막이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2일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2002년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 제품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이후 16년 만이다. 세이프가드는 주로 신흥국이 선진국으로부터 시장을 지키기 위해 활용했으나 이번엔 미국이 통상 전쟁의 무기로 이용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세이프가드의 주요 타깃이 한국과 중국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수입하는 세탁기의 약 90%인 250만대가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 제품이다. 올해 최대 50%의 관세가 붙는다. 업계에서는 세이프가드로 최대 수천억원의 손실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 패널은 올해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받는다.

▶"11월 중간선거 노린 조치"

통상 전문가들은 "집권 2년 차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때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뽑아들었던 보호무역주의라는 칼을 본격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최대 무역 적자국인 중국을 겨냥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의 사정권에 같이 들어가버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 트럼프 정부의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 발동과 관련,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 제재 조치는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는 작년 4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8월에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 착수했다. 11월에는 중국산 알루미늄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직권 조사를 시작했다. 직권 조사는 미국 업체의 요청이 없더라도 정부가 특정국 수출품의 덤핑 여부를 조사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강력한 무역 제재 수단으로 1991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백인 노동자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

▶일본 잘 봐줘 중국 견제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이 큰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중국의 30분의 1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통상 분야 전문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지난해 발표한 '트럼프 정부 보호무역'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 중 반덤핑·상계관세 등 규제 중이거나 규제를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인 비중(액수 기준)은 12.2%로 가장 높았다. 중국(10.9%)은 우리보다 낮았다.

또 대미 무역 흑자가 한국의 3배인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이렇다 할 보복을 당하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발 빠른 통상 외교, 일본의 중국 견제 역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이 호두 까기 기계 속의 호두처럼 끼어 있는 상황이 심화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세이프가드(safeguard)
긴급 수입 제한 조치.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 원산지를 따져 관세를 매기는 반덤핑 관세보다 파급력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