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올림픽 성화 점화 리허설을 무단 촬영한 외신 기자에게 대회 취재권 박탈이란 중징계가 내려졌다.

평창올림픽조직위 관계자는 2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외신 기자가 성화 점화 리허설 장면을 촬영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해당 통신사에게 강력하게 항의, 엄중 경고했으며 내달 9일 개막식 취재도 불허하기로 했다. 아울러 해당 기자의 취재권 자체를 박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외신을 받아 보도한 국내 언론사에 대해서도 사진 삭제 및 재발 방지를 요구하기로 했다.

영국 통신사 로이터는 한국시각 29일 0시30분쯤 평창 올림픽 개회식 성화 점화 리허설 장면을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송고해 물의를 일으켰다. 성화 점화는 동·하계 올림픽의 하이라이트와 같아 전세계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장면이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때 엘리베이터 점화, 1992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 때 활쏘기 점화 등이 지구촌 스포츠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이토록 중요하기 때문에 IOC는 보안에 각별히 신경쓰는 것은 물론, 내·외신에 엠바고(보도 유예)를 당부한다. 언론사도 올림픽의 성공 개최 협조 약속 뒤 취재권을 받는다.

그러나 로이터는 이를 무시하고 관련 사진을 송고했다가 파문이 커지자 이를 데이터베이스에서 삭제했다. 조직위 측은 "보도권이 없는 신생 언론사도 아니고 올림픽을 수십번 취재한 로이터에서 이런 일을 저질러 유감이다"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면 해당 언론사의 취재권을 몰수할 계획이다"고 했다. 로이터는 "해당 기자가 종군 기자 출신으로 올림픽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평창올림픽스타디움(개·폐회식 장소)가 보이는 산 위에 올라가서 망원 렌즈로 이를 찍었다"고 해명한 뒤 IOC의 조치를 받아들였다.

IOC와 조직위 측 발빠른 수습으로 파문은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세계 미디어를 상대로 하는 통신사에서 사진을 송고했고, 8시간 이상 서비스가 됐기 때문에 이를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성화 점화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직위는 성화 점화 방식 변경 등에 대해 "아직 논의된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개막이 열흘밖에 남지 않아 특별한 변화를 주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