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린 30일(현지시각) 밤, '트럼프 성관계설'의 주인공인 전직 포르노 여배우가 TV 토크쇼에 깜짝 출연했다.

다분히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겨냥한 모양새다. 진행자는 며칠 전부터 국정연설 당일 놀랄만한 출연자가 있다고 예고해왔다.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스테파니 클리포드(39)는 이날 ABC방송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설을 둘러싼 질문에 답변했다.

그렇지만 진행자의 집요한 '추궁'에는 즉답을 피했다.

클리포드는 "성관계 사실에 침묵하기로 합의했느냐"는 질문에 금시초문이라는 듯 "내가 그랬다고요?"라고 답했다.

진행자가 곧바로 "합의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서 합의가 없었다고 분명하게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 파고들자, 클리포드는 "당신, 똑똑한데요"라고 받아넘겼다.

결과적으론 클리포드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설에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입장을 취했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클리포드는 이날 방송 출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와 이를 침묵하는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 등을 부인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클리포드의 서명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진행자 키멜은 성명에 새겨진 클리포드의 서명이 그의 과거 서명과 달라 보인다며 "당신이 오늘 발표된 이 문서에 서명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클리포드는 오히려 "모른다. 내가 그랬느냐"고 되물었다.

방송 후 클리포드의 대변인 지나 로드리게스는 클리포드가 서명하는 것을 변호사와 함께 지켜봤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이를 두고 WP는 클리포드가 "단기 기억상실에 걸렸거나 의도적으로 뒤섞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윙크'와 '슬쩍 찌르기'로 대통령과의 성관계 사실을 넌지시 암시하는 태도가 트럼프보다 한 수 위였다는 것이다.

WP는 "스토미 대니얼스는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기를 선택했을지 모른다"라며 "그의 모순은 법률과 홍보 관련 계산의 산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클리포드의 성관계 의혹은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로 불거졌다. 지난 2006년 네바다 주 골프토너먼트에서 처음 만난 뒤 성관계를 했으며, 2016년 대선 직전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를 통해 '입막음용'으로 클리포드에게 13만 달러(약 1억4천만 원)가 전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앞서 클리포드는 지난 2011년 한 연예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2006년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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