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대통령이 황제…입법·사법부 마비, 야권 일망타진
관광업 타격…영국·중국·인도 등 자국민에 안전여행 당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인도양의 아름다운 섬이자 인기 신혼여행지인 몰디브가 추한 정정혼란으로 난장판이 될 위기에 몰렸다.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과 대법원, 야당 간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아 국제사회에서는 법치주의, 치안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 BBC방송,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야민 대통령은 15일 동안 지속되는 국가비상사태를 5일(현지시간) 선언했다.

이번 조치로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몰디브 당국은 사법부의 견제를 회피해 범죄 용의자를 체포하고 구금할 권한이 더 강화된다.

몰디브에선 지난 1일 대법원이 구금된 야당 인사 9명에 대한 재판이 정치적인 의도로 이뤄졌다며 석방 명령을 했으나 야민 대통령이 이를 이행하길 거부하면서 정정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대법원은 야당 인사 석방과 함께 야민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에서 탈당한 야당 의원 12명의 복직도 명령했다.

이렇게 되면 야민 대통령이 이끄는 몰디브 진보당은 다수당 지위를 잃게 된다.

몰디브 법무부는 이날 대법원의 결정을 따를 의사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아지마 샤쿠르 법무장관은 죄수 석방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다며 대법원이 집행을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야민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에 불복하자 수도 말레에선 시민들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개최됐으며 시위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밤에는 군병력이 대법원 건물로 난입하고 경찰은 2008년까지 30년동안 몰디브를 통치한 마우문 압둘 가윰(80) 전 대통령을 자택에서 체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가윰 대통령은 야민 현 대통령과 이복형제 사이지만, 현 정권을 비판하며 야민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야당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가윰 대통령은 체포 직전 트위터에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올리고 "잘못한 일도 없는데 체포된다. 우리는 개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들이 결심을 변함없이 지키길 부탁한다"고 독려했다.

가윰 전 대통령의 30년 독재 끝에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이 민주선거를 통해 선출돼 다당제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지만, 나시드 전 대통령은 2013년 야민 현 대통령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나시드 전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쿠데타에 의한 정권 탈취라고 주장하고 있다. 집권한 야민 현 대통령은 야당 인사들과 반대파를 구금했다. 나시드 전 대통령도 징역 13년형을 선고받고 영국으로 망명했으며 현재는 가까운 스리랑카에 머물고 있다.

반대파가 모두 구금되거나 망명한 상황에서 야민 대통령은 올해 재선을 치를 계획이었으나 대법원의 결정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야권 단체와 지지자들은 대법원의 명령 이행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몰디브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유엔과 미국도 몰디브 대법원의 편을 들며 현 정부에 명령 이행을 촉구하며 거들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트위터에 "세계가 보고 있다"며 "몰디브 정부와 군부는 법과 표현의 자유, 민주적 제도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정 불안이 심화하는 데다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되면서 관광업에 의존하는 몰디브의 경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는 2015년에도 테러 우려로 비상사태를 선언한 적이 있는데 당시 관광 예약이 급감해 경제 성장이 곤두박질쳤다.

이미 미 국부무는 지난달부터 몰디브 여행객들에게 주의를 높일 것을 경고했다.

영국 정부도 지난 2일 수도 말레 방문객들에게 "시위나 집회를 피하라"는 경보를 내렸다.

같은 날 중국도 현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몰디브 전역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인도도 여행 경고를 발령하고 불필요한 여행은 자제할 것을 권했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