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서 60대 캣맘, 동물학대 신고…경찰 조사중

(동두천=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지난 2일 오후 8시께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신춘숙(61·여)씨는 문 앞에 놓인 낯선 상자를 발견했다.

상자는 여느 택배 상자처럼 투명한 테이프로 완전히 밀봉돼 있었는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겉면에 발신자나 수신자의 주소가 적혀 있지 않고 노란 메모지 한 장만 붙어 있었다.

메모를 읽어본 신씨는 깜짝 놀라 황급히 상자를 뜯어볼 수밖에 없었다.

상자 안에는 1년 전 신씨가 돌보는 것을 보고 A씨가 키우겠다며 데려간 길고양이 2마리가 목줄에 꽉 묶인 채로 들어 있었다.

"아줌마 미안해요"로 시작하는 메모에는 "말썽을 너무 피워서 못 키워요. 울 신랑한테 맞아 죽을까 봐 보내요"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서 "노트북도 망가뜨려 새로 샀다"는 등 그간의 고충을 토로하는 내용도 있었다.

A씨가 1년간 반려묘를 키우다가 더는 키우기가 힘들다고 판단되자 신씨 가게 앞에 버리고 간 것이었다.

7일 신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상자 안에 숨구멍도 없이 갇혀 있던 고양이들을 보자마자 너무 깜짝 놀라 눈물이 쏟아져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신씨는 가게에서 고양이 15마리를 키우고 있고, 일대 길고양이 40여마리를 돌보는 이른바 '캣맘'이다.

20년 전 당시 스물한 살이던 아들을 암으로 잃은 뒤 신씨는 혼자 살면서 개와 고양이 등 버려진 동물들을 돌봐왔다.

신씨는 동물병원에 가서 목줄도 절단한 뒤 고양이들을 케이지에 안전하게 옮겼다.

또 바로 인근 생연파출소와 동두천시청에도 신고했다.

작은 틈도 없이 목줄에 묶인 고양이들이 학대를 당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신씨의 반려묘들을 진료하기 위해 가게에 방문했던 한국동물보호교육재단 관계자도 이번 사건이 명백한 동물학대와 유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다행히 고양이들이 현재 죽거나 다친 상태는 아니어서 일단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