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추월 순위 결정전 메달 겨냥

"후련하다."

세상을 떠난 동생을 위해 뛰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올림픽 무대에 나선 노선영(29)은 레이스를 마친 뒤 "동생이 봐도 만족스러워 했을 것 같다"고 했다.

노선영은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1분58초75를 기록하고 27명 중 14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이 종목 최고기록(1분56초04)엔 미치지 못했으나 총 4차례의 1500m 레이스 중엔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자신의 종전 올림픽 최고 기록은 2014 소치 올림픽 때 2분1초07이다. 5조 아웃코스에서 카자흐스탄 예카테리나 아이도바와 달린 그는 치열한 다툼을 벌이다 마지막에 이겼다. 총성이 울리기 전 움직이는 파울을 범한 끝에 나온 역주였다.

노선영은 지난 2016년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전 쇼트트랙 대표팀 고 노진규의 친누나다. 그는 동생을 위해 마지막 올림픽에 나서겠다며 4년간 각고의 노력을 다했으나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평창 올림픽에 나서지 못할 뻔했다. 다행히 러시아 선수들의 자격 박탈로 기회가 돌아와 대표팀에 복귀했고 2주간 다시 담금질한 뒤 강릉 오벌에서 첫 경기를 펼쳤다. 그 사이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엄청나게 높아졌다.

이날도 레이스 뒤 인터뷰 공세에 시달린 노선영은 "지난 달 말 1주를 쉰 탓에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으나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부담도 있었지만 후련하다"고 했다. 이어 "기록은 아쉽지만 오늘 경기로 다음 주 열릴 팀추월엔 좀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하늘에 있는 동생 얘기가 나올 땐 짧고 굵은 답변을 내놨다. "동생이 봐도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는 그는 "마지막 올림픽을 후회 없이 뛰고 싶어 4년을 준비했다. 동생을 생각해서 나선 것도 컸다"고 했다. 노선영은 21일 팀추월 예선, 23일 팀추월 순위 결정전을 통해 평창 올림픽 레이스를 이어간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 동안 걸지 못했던 메달에도 도전한다. 김보름, 박지우와 함께 달린다.

이날 경기에선 네덜란드의 이렌 뷔스트가 1분54초35를 기록해 일본의 다카기 미호(1분54초55)를 0.20초 차로 누르고 8년 만에 이 종목 우승을 탈환했다. 네덜란드는 이날까지 스피드스케이팅 3종목을 휩쓸었다.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