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서 목 매 숨진 채 발견…지난 8일 여성관광객 살해 혐의로 공개 수배돼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 여성관광객 살해사건 용의자 한정민(32)이 도주 5일 만인 14일 충남 천안시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1분께 천안 동남구 신부동 한 모텔 객실 목욕탕에서 한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모텔 주인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모텔 주인이 한씨의 퇴실 시각인 3시가 됐는데도 나오지 않자 열쇠 수리공을 불러 문을 열어 들어갔다가 숨져 있는 한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소지품 중 주민등록증으로 신원을 확인했고, 지문 감정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씨는 지난 12일 오후 4시 35분께 이 모텔에 혼자 투숙했다. 이튿날 오후 4시께에는 모텔에서 걸어 다니는 모습의 한씨가 목격됐다.

한씨는 지난 10일 오후 8시 35분께 경찰 수사망을 피해 제주에서 항공편으로 김포로 가면서 도주 행각을 시작했다.

그러나 나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도주 행각이 끝났다.

10일 오후 10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을 들린 후 다음날 전철로 안양역으로 가 숙소를 구해 잠시 쉬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편의점에서 돈을 찾은 뒤 택시를 타고 11일 오전 6시께 수원시 권선구 탑동으로 간 행적이 포착됐다.

이후 한씨는 안양에서 천안까지 가 도주 행각을 벌여왔으나 경찰이 13일 공개수사로 전환, 수배 전단을 배포하면서 막다른 길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한씨는 자신이 관리인으로 있던 제주시 구좌읍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여성관광객 A(26)씨를 살해한 혐의로 입건됐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혼자 해당 게스트하우스에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한씨가 마련한 파티에 8일 오전 1∼2시까지 참여했다.

파티가 끝날 무렵인 8일 새벽 A씨는 게스트하우스 2층 방에서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검 결과 사인은 목이 졸려 숨지는 경부 압박질식사로 드러났다.

A씨 가족은 A씨와 연락이 되지 않고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짜인 9일까지도 귀가하지 않자 10일 오전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경찰은 실종신고를 받고 10일 오후 해당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수사에 착수했으며 한씨에 대한 면담조사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한씨에 대한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채 한씨가 당일 저녁 다른 지방으로 도주할 때까지 붙잡지 못했다.

11일 낮 12시 20분께에는 수색에 나선 경찰이 게스트하우스에 인접한 폐가 방에서 숨진 채 방치된 A씨를 발견했다.

양수진 제주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은 "한씨가 숨졌으나 공범이 있는지 관련 증거들을 수집하는 등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범행 동기 등을 밝힌 후 공소권 없음 결정 여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지난해 7월에도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한 20대 여성을 준강간한 혐의로 현재 기소된 상태다. 이 역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해당 게스트하우스는 폐업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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