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 획득하자 '미국 태생 한국인' 2세 국적 정체성 놓고 와글와글

[생·각·뉴·스]

미국선 "어디서 왔냐" 묻고, 한국선 외국인 취급
이번 올림픽 한국 귀화선수 19명으로 가장 많아
'뿌리 찾기'외에 '올림픽의 꿈'위한 귀화도 다수


2018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클로이 김에 미국과 한국에서 난리가 났다. 미국 태생이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클로이 김을 계기로 스포츠 선수의 '국적 정체성'이 불거지고 있다.

클로이의 정체성은 미국 언론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클로이는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아왔다. 그는 NBC와의 인터뷰에서는 "제가 어떤 면에서는 두 나라 모두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얼굴은 한국 사람이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죠"라고 답했다.

클로이는 정체성과 관련해 당황스런 경험도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사람들이 저한테 '어디서 왔냐'고 자꾸 물어봐요. LA라고 대답하면 '아니, 진짜 어디서 왔냐고'라고 물어봐요. 롱비치에서 태어났다고 하면 '아니 진짜 진짜 진짜 어디서 왔냐고'또 물어봐요"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클로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까. 미국 사람, 정확하게는 코리안 아메리칸(한국계 미국인)이라고 말한다.

사실 미국은 클로이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임에도 여전히 그의 '정체성'을 묻는다. 이 같은 배경에는 많은 나라가 작은 연결점만 있어도 외국 선수를 귀하시키려고 하는 상황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림픽에서는 늘 화제 선수의 정체성이 궁금증의 대상이 된다.

국제 이동성 시장조사회사 캡릴로(CapRelo)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전체 선수의 6%인 178명의 선수가 모국이 아닌 나라를 대표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귀화 선수를 선출한 국가는 한국이다.

한국으로 귀화해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모두 19명. 캐나다가 13명, 독일이 11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중에는 '민족적 뿌리'나 '문화적 바탕'을 찾기 위해 귀화한 선수들이 흔하다.

뿌리를 찾다 보니 함께 자란 자매가 다른 국적으로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특이한 경우도 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박윤정(귀화 전 이름 '마리사 브랜트')은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공격수 한나 브랜트의 언니다. 한국 팀의 예선 탈락이 확정돼 두 자매의 대결은 볼 수 없게 됐다.

선수들이 국적을 바꾸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올림픽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한국 루지 대표인 에일린 프리쉐는 2016년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독일에서 한국으로 국적을 바꿨다. 주니어 시절 루지 종목 세계 선수권 2관왕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성인이 되어 독일의 국가대표 선발에서 탈락하자, 한국을 찾았다. 러시아에서 귀화한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안나 프롤리나와 티모페이 랍신도 비슷한 경우다.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