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골리 헬멧 이미지 싸고 이중 잣대 '분통'
이의신청 복잡…올림픽 끝날 때까지 시간끌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각국 아이스하키 골리(골키퍼) 헬멧 규정에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IOC는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니콜 헨슬리와 알렉스 릭스비가 마스크(헬멧)에 새긴 '자유의 여신상'을 지우지 않고 뛰도록 허용했다.

실제 두 선수는 전날 5-0으로 이긴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과의 경기에 자유의 여신상이 박힌 마스크를 그대로 쓰고 나왔다.

헨슬리는 마스크 왼쪽에, 릭스비는 마스크 턱 쪽에 자유의 여신상 이미지를 그렸다.

USA 투데이가 전날 미국아이스하키협회를 인용해 IOC가 두 선수의 '자유의 여신상' 이미지 사용을 금지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은 촉발됐다.

이를 두고 IOC는 '자유의 여신상' 이미지 사용과 관련한 미국의 승인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자유의 여신상' 마스크를 사용하도록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터라 스스로 원칙을 저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대표팀 남녀 주전 골리에게 적용한 규정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IOC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32)에게 마스크에 새긴 이순신 장군 형상을 가리라고 지시했다.

달튼은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처럼 골문을 든든히 지키겠다는 취지에서 그의 형상을 마스크에 새겼지만 할 수 없이올림픽에선 이를 가리고 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골리 신소정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헬멧에 새겼고, IOC는 이번에도 이를 가려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IOC는 우리나라 두 골리에게 '특정 인물'을 새겨선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마스크 이미지 승인과 관련한 IOC의 무원칙과 함께 이를 풀어가는 방식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자유의 여신상' 이미지 사용 소식을 접한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 이의를 제기하자 IIHF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정식으로 IOC에 이의 신청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IOC가 이미지 사용 승인 여부를 직권으로 결정하면서도 이의 신청은 복잡한 절차를 거치라는 요구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시간 끌기'로 뭉개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자유의 여신상'을 새긴 미국 여자대표팀 골리 두 명이 후보라서 실제 경기에서 노출될 시간은 적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은 되고 우리는 안 된다는 공평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