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남상욱 기자/취재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예전과 달리 올림픽 분위기를 찾아 보기 힘들다.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 때보다도 열기가 덜하다. 미국의 한 경제학교수는 부진한 티켓 판매 실적과 서울서 2시간 떨어진 평창의 장소 선정 등의 이유로 평창올림픽이 100억 달러의 손해를 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왜 그럴까. 아무래도 그건 정치 때문이다.

그간 미국과 북한 사이에 호전적인 말 폭탄이 오고가는 것을 넘어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이 벌어지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같은 극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는 돌파구가 절실히 필요했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그 수단으로 활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올림픽 개막 전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과 삼지연관현악단, 여기에 응원단까지 방남해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관심은 경기보다는 온통 북한 측 인물들에 쏠렸다. 특히 김정은의 친서를 갖고 온 김여정의 의미심장한 미소, 현송월 단장의 노래,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과 미국 펜스 부통령의 어색한 조우. 북한의 '갑작스런' 대화 움직임은 사상 초유의 추위에 벌벌 떨던 올림픽 경기를 압도하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행유예 석방, 신동빈 롯데그룹의 법정 구속. 여기에 국정농단 주범인 최순실에게 20년 실형이 선고된 1심 재판 등은 동계올림픽 축제 무드의확산을 저지하는 방화벽 역할을 한 셈이 됐다.

사실 올림픽은 태동부터 정치적인 행사였다. 고대올림픽은 제우스를 위한 제전이자 늘 전쟁상태였던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잠시 휴전을 하고 평화적인 군사경쟁을 하는 장이었다. 쿠베르탱에 의해 부활된 근대올림픽은 히틀러 나치즘의 선동에 기여했다. 서울올림픽은 전두환 독재정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만든 스포츠 행사였다는 비판도 있다. 냉전시대의 올림픽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체제경쟁의 장이 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올림픽은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아무리 정치에 빛이바랬다고는 하나 2번씩이나 실패하고 3번째 도전에 성공한 '눈물겨운'유치 과정이나, 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까지 3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치르게 됐다는 '감격의 열기'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오늘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는 정점에 서있는 올림픽을 위협한다. 고향의 설 밥상엔 올림픽 경기대신 정치 얘기가 주된 반찬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종목에 따라 입장권 판매율도 최고 90%에 육박하고 있다는 소식은 다행이다.

이제 남은 한 주. 더이상 북한 뉴스는 없었으면, 트럼프나 아베 얼굴도 잠시 TV에 안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평창만 있고 올림픽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