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의 1초로 승부가 갈리는 것이 스포츠의 세계라고 하지만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유독 이런 박빙의 승부가 많다.

19일 나란히 열린 두 경기가 승부의 냉정함을 드러내고 있다. 차민규는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남자 500m에서 34초42를 기록하며 2002년 미국의 캐시 피츠랜돌프가 세웠던 올림픽 기록과 타이를 이뤘으나 노르웨이의 하바드 로렌췐(34초41)에 불과 0.01초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차민규의 경우, 당초 동메달권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2위도 대단한 성적이다. 그러나 0.01초가 부족해 금메달을 놓친 것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두 선수의 기록이 같을 경우, 1000분의1초까지 세밀하게 측정한다. 따라서 차민규와 로렌췐의 기록이 완전히 같기는 매우 힘들다. 그래도 간발의 차로 놓친 금메달은 차민규 자신을 떠나 국민들에게 진한 아쉬움을 준다.

반면 비슷한 시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벌어진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선 1위를 차지한 독일과 캐나다 팀의 1~4차 합계 기록이 똑같아 공동 금메달이 수여되는 일이 있었다. 3차 시기까지 캐나다 팀이 0.06초 앞서고 있으나 4차 시기가 끝나면서 두 팀의 기록이 3분16초86으로 정확하게 같다. 봅슬레이의 경우는 100분의1초까지 같게 되면 공동 등수를 인정한다. 동계올림픽에서 공동 금메달이 나오기는 이번이 통산 9번째다.

지난 18일 벌어진 바이애슬론 남자 15㎞ 단체출발도 흥미진진했다. 30명이 한꺼번에 출발해 순위를 가리는 가운데 프랑스의 마르틴 푸르카드와 독일의 시몬 쉠이 35분47초3으로 같은 기록을 낸 것이다. 둘은 결승선 앞두고 나란히 달리더니 발을 쭉 뻗어 금메달에 도전했다. 단체출발의 경우 30초마다 한 선수씩 출발하는 경기가 아리나 같은 시간에 출발선을 뛰쳐나가기 때문에 사진 판독이 가능하다. 10분의1초까지 같았던 두 선수는 결국 사진판독에 의해 푸르카드의 금메달 획득으로 판가름 났다.

17일 열린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에서도 0.01초 차로 금·은메달이 엇갈렸다. 스노보드 전문이면서 '투잡'을 하고 있는 체코의 에스터 레덱카가 1분21초11로 생애 첫 올림픽 정상 등극에 성공했는데, 2위인 오스트리아 국적 안나 파이스의 기록은 1분21초12였다.

간발의 차로 금·은메달이 갈릴 경우 선수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차민규는 로렌췐보다 짧은 다리가 아쉽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쉠은 "금메달을 잃어버렸다기보다는 개인 종목 첫 메달을 땄다는 쪽으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봅슬레이에서 공동 우승한 캐나다 선수들은 "행복한 사람들이 두 명 더 늘어났다는 생각을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