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을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실명을 당당히 밝히기 시작했다.

법조계와 문화계에서 공개적으로 시작된 미투운동이 이제 방송계까지 점차 더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화계, 연예계로 번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최근 연예계, 가요계는 이런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연예계에서 유명 배우와 가수들의 성추문 논란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故 장자연 사건이 있다. 2009년 신인배우 장자연이 소속사 대표의 강요로 유력 인사들의 접대를 했다는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미투 캠페인’은 권력 구조 내에서 부조리하게 일어난 성추문을 폭로하는 것이 기본 바탕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미투 운동’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당시 문건에 이름이 올려진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펼쳐졌으나 장자연의 전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만 재판으로 넘겨지고 의혹을 받았던 유력 인사 10여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현재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재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걸그룹 데뷔를 꿈꾸는 10대 연습생들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하고 추행·감금한 연예기획사 대표가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런 뉴스는 매년 연예계 단골 뉴스로 나온다.

시기에 따라 연예인보다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놓일 수 있는 직군들이 많고, 상대적으로 나이대가 어리거나 힘없는 연습생 등은 성범죄에 가장 취약한 구조라는 점에서 ‘미투바람’이 불면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 20일 배우 김지우는 SNS를 통해 “17살 때부터 방송 일을 시작하면서 오디션에 갈 때마다 혹은 현장에서, 회식 자리에서 당연하듯이 내뱉던 남자, 여자 할 것 없는 ‘어른’들의 언어 성폭력을 들으면서도 무뎌져 온 나 자신을 36살이 된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다”며 ‘미 투’운동을 지지,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배우 신소율도 이날 SNS에 “세상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여성의 고통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요?. 아픈 마음으로 함께 합니다”라며 해시태그와 함께 ‘#Me too #withyou’라고 적힌 사진을 한 장 게재했다.#withyou”라고 남겼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연예계 종사자는 “문화계 다른 분야에 비해 연예계는 오히려 이런 문제가 많이 줄었다. 산업이 글로벌화된 시점, 대략 10여년전부터 배우, 가수의 힘이 다른 직군보다 커지면서 오히려 배우, 아티스트가 권력자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투 바람’이 분다면 배우, 아티스트는 피해자가 아니라 권력을 쥔 가해자로 등장할 여지가 크다는 의미였다.

이 관계자는 “연극이나 다른 문화계예선 제작자나 극단장, 연출가의 힘이 배우보다 크다. 그러나 최근 연예계에선 아티스트의 힘이 더 크다. 방송국도 아티스트 눈치를 본다. 물론 연습생이나 힘이 약한 무명 배우, 가수의 경우 권력 구조에서 아래에 놓일 수 있지만 언제 이들이 도약할지 알 수 없고, 소속사와 재계약 시점에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소속사에서도 그런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다. 문제가 생기면 구속된다는 전례들도 있다. 연예계는 대중의 생각보다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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