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 등 美 주요기업, 잇따라 총기협회 제휴계약 해지…대학도 "학생들 발언하라" 지지

[뉴스진단]

트럼프도 구체적 규제안 내놔…'수정헌법 2조'개정 주장도

플로리다주 고교 총기 참사 사건이 미국 내 최강 로비단체라는 미국총기협회(NRA)를 코너로 몰고 있다. 반복된 총기 사고에도 끄떡없었던 미국의 '총기 소지 권리'도 조금씩 흔들리는 모양새다. 거센 여론에 "이번에는 실효성 있는 총기 규제 정책 도입될 것 같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24일 미국 주요 기업들이 미국총기협회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델타와 유나이티드 등 미국의 양대 항공사는 NRA 회원에 대한 항공권 할인 중단을 선언했다.

대형 민영은행인 '퍼스트 내셔널 뱅크 오브 오마하'는 NRA와 제휴해서 발행하던 신용카드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 엔터프라이즈·허츠·에이비스 등 렌터카 업체들도 NRA 회원에 대한 할인 혜택 중단을 선언했다.

대학들도 총기 반대 시위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UCLA와 예일대·브라운대 등 전국 50여 개 유명 대학은 "총기 반대 시위에 참여한 고교생들이 대학 입학 허가를 받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텍사스·위스콘신 등 일부 주의 교육청과 학교들이 시위 가담 학생에게 정학처분을 내리거나 불이익을 받게 할 것이라고 위협한 사실이 보도되자, 학생들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UCLA 입학처는 "학생들이 신념을 표현하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는 글을 학교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부 장관은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총을 소유하는 권리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인지에 다시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미국 사회에서 금기시돼왔던 '수정헌법 2조'개정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미 수정헌법 2조는 개인의 총기 소유 권리를 규정한 조항이다.

거센 총기 규제 목소리에 트럼프 대통령도 구체적인 규제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반자동 소총을 자동소총처럼 개조할 수 있는 '범프스톡(bump stock)'에 대해선 이미 판매 금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반자동 소총 구매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올리자는 제안도 했다.

그러나 규제책이 도입되는 데는 NRA 등 총기 소유 옹호론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세력인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총기소유자협회는 이미 150만 회원에게 반(反)총기 활동에 맞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뜻에 반해 트럼프 대통령이 규제책을 끝까지 밀어붙일지 의문이다. 실제로 트럼트 대통령이 제시한 대안 중 하나인 '교사를 총기로 무장시키자'는 것은 NRA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내달 24일 학생들 집회
직접 주도…'시신 집중'

한편 총기 참사 사건이 발생한 플로리다주 더글라스 고교 학생들은 내달 24일 총기 규제에 대한 정치적 조처를 촉구하는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을 미 전국에서 벌일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참사를 겪은 청소년 학생들이 직접 총기 규제 집회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