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곳곳에서 휘몰아치는 '미투'바람

익명 게시판에 잇단 피해글, 의원들 성희롱 얘기 나돌아
"보좌관 등 女직원 외모 평에 성추행, 성희롱 부지기수"
정치권 뒤늦게 의원들·보좌진 상대 양성평등 교육 나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국회를 강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국회 보좌진들의 익명 게시판에 최근 성폭력 피해를 암시하는 글이 부쩍 늘어나면서 "누군가 한 명만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서면 줄을 이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은 지난달 28일 양성평등 교육을 실시하는 등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매체에 따르면 국회 사무처 및 보좌진 직원의 페이스북 커뮤니티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지난 한 주 동안 미투 관련 글이 6건 올라왔다. 26일에는 "의원들의 보좌진 인격 비하는 아무것도 아니고 직원 외모 평에 성추행, 성희롱….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국회 회관은 적폐요 개혁 대상"이라며 "미투야 더 세게 불어라. 그리고 부디 국회에도 불어와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이번 미투 운동과 관련해 몇몇 전·현직 의원들의 성추행·성희롱 전력에 대한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게시판에는 "연극계, 스포츠계, 영화계 심지어는 종교계에서도 미투 운동이 한창인데 왜 최고의 권력이 모인 여의도 국회는 조용한지 그 이유에 주목해달라"면서 "지난해 사무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고 최근 모 정당에서 성폭력 피해 고발이 나왔지만 그건 새 발의 피"라는 글도 올라왔다.

미투 운동이 사회 각계로 퍼져나가는 상황에서도 국회 보좌진의 경우 고용 권한을 의원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하 구조 때문에 익명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매체는 전했다.

보좌진들 간 성폭력 문제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게시판에는 "술 처먹고 밤마다 여자 직원들한테 전화질하는 걸로 유명한 보좌관이 결국 사고 쳤고 여자 직원은 그만뒀다"며 "그 보좌관은 술 너무 마셔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는데 얼마 안 돼서 새로 온 직원을 또 술 먹고 건드렸다고 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여자는 허리가 가늘어야 여자지'… 니는요?"라는 성희롱 피해를 암시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성폭력 피해 예방을 위해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정춘숙 의원이 의원들을 상대로 양성평등 교육을 실시했다. 민주당 보좌진협의회 역시 보좌진들을 상대로 오는 3월 2일 양성평등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