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시범경기 콜로라도전 선발등판...다저스 13-7로 승리

완벽하진 않았지만 재기 가능성은 충분히 엿보였다.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31·LA 다저스)이 실질적인 첫 실전에서 확신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류현진은 11일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 필드에서 열린 2018시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콜로라도전에 선발등판해 2.2이닝 2안타 4실점했다.

투구수는 56개를 던졌고 이 중 30개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포심과 투심, 컷 등 빠른 공뿐만 아니라 체인지업과 커브를 두루 섞으며 타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지난 5일 시카고화이트삭스와 비공개 평가전에 선발로 나서 2.2이닝을 소화한지 엿새만의 등판이었지만 몸상태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터프하게 수염을 기르고 마운드에 선 류현진은 정예멤버로 타선을 꾸린 콜로라도를 맞아 1회 공 7개로 가볍게 끝냈다. 다저스가 2회초 공격에서 안타 5개와 볼넷, 상대폭투 등을 묶어 대거 5점을 뽑아내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하지만 공격 시간이 30분을 훌쩍 넘긴 탓에 1회 좋았던 투구 리듬에 살짝 균열이 생겼다.

2회 말 선두타자 트래버 스토리를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운 류현진은 이안 데스몬드도 초구에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 손쉽게 이닝을 끝내는 듯 했다. 하지만 제러드 파라와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내준게 화근이 됐다. 볼카운트 2-2에서 던진 빠른 공 두 개가 잇따라 손에서 빠져 스스로 릴리스포인트를 점검하는 모션을 취했다. 2사 1루에서 크리스 이안네타와 상대한 류현진은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몸쪽 빠른 공을 승부구로 선택했지만 공이 가운데로 몰려 좌월 2점 홈런을 허용했다. 올해 시범경기 첫 실점이자 첫 장타였다. 좌타자 데이비드 달을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2회에만 투구수 23개를 기록해 1회와 전혀 다른 투구를 했다.

3회 말에도 아쉬운 투구를 했다. 선두타자 노엘 쿠에바스와 풀카운트 접전 끝에 바깥쪽 빠른 공으로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좌타자인 찰리 블랙몬과도 3볼 1스트라이크로 불리한 상황에 바깥쪽 빠른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같은 코스로 날아드는 컷패스트볼로 스탠딩 삼진을 잡아냈다. 2아웃까지 손쉽게 잡아낸 류현진은 D.J. 르멜유에게 2스트라이크를 선점해놓고도 마무리를 하지 못해 중전 안타를 내줬다. 2스트라이크에서 3볼2스트라이크로 가는 과정에 투심과 커브 등이 커트 당해 힘으로 제압하려다 상대 노림수에 걸려 들었다. 2사 1루에서 '천적'으로 통하던 놀란 아레나도에게 볼넷을 내주고 이날 임무를 마쳤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팻 벤디테가 트레버 스토리에게 빗맞은 좌중간 안타를 내줬는데, 다저스 외야진의 어설픈 수비로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류현진의 실점이 늘었다.

4실점했지만 사실상 첫 실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투구였다. 우선 아레나도나 스토리 등 콜로라도가 자랑하는 중심 타자들이 류현진이 마음먹고 던진 한 가운데 빠른 공에 배트가 밀리는 인상을 줬다. 수술 이전으로 건강을 회복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시범경기에서 특히 신경쓰고 있는 커브의 회전수 증가도 달라진 무브먼트로 가능성을 보였다. 떨어지는 각도 커졌지만, 좌타자 등 뒤에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밖까지 휘어져 나갈만큼 크게 꺾이는 궤적이 인상적이었다.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단계라 투구 밸런스가 들쑥날쑥하고, 오른 어깨가 일찍 열리거나, 릴리스 순간 공이 손에서 빠지는 듯한 동작은 경기를 치르면서 다잡아야 할 과제로 남았다.

한편, 이날 다저스는 야스마니 그란달의 그랜드슬램과 맷 캠프의 홈런 등 공격이 터치면서 13-7로 승리했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