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데뷔전 우승 여세몰이 기대..홈페이지에 무려 7개 부분 선두 차지

상금, 올해의선수, 레이스 투 CME 글로브, 신인,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 적중률, 톱10피니시율….

현재 LPGA 투어 홈페이지 통계(Statistics)란 첫 면은 온통 '슈퍼루키' 고진영(23)의 얼굴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무려 7개 부분에서 선두에 올라있다. 평균타수에서는 제시카 코다(67.375)에 이어 2위(68.250)에 올라있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신인으로는 역대 최강급 성적이다. 이번 주 미국 본토 본격 상륙을 앞둔 고진영에게 큰 자신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국 여자 프로 골프(KLPGA) 투어를 주무대로 활약했던 고진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고심 끝에 LPGA 투어 진출을 결정했다. 한국에서 최정상권에서 활약하다 LPGA 투어에 뛰어든 고진영에게 적응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데뷔전인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LPGA 역사상 67년 만에 신인 데뷔전 우승이란 진기록을 세웠다. 두 번째 대회인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공동 7위를 기록했고 세 번째 대회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6위에 자리하며 태극낭자들의 부진속에서 홀로 빛을 발했다. 데뷔하지마자 3경기 연속 톱10 진입으로 그는 유력한 신인왕 후보 정도가 아니라 대권을 다툴 무서운 잠룡으로 떠올랐다.

투어에 데뷔하면서 목표로 했던 1승과 신인왕, 영어 인터뷰 중에서 벌써 두 가지를 해냈다. 데뷔전 우승으로 1승을 달성했고 첫 승을 거두고 우승 인터뷰도 통역의 도움 없이 영어로 했다. 남은 건 신인왕인데 12일 현재 신인 부문에서 2위 해나 그린(호주·123점)을 두 배 이상 차이로 제치고 압도적인 선두(271점)를 달리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손에 쥘 가능성이 크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지난 시즌 박성현(25)의 '신인 3관왕' 위업을 재현하거나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

고진영이 이제 LPGA 투어에 갓 데뷔한 신인임에도 이렇게 대단한 성적을 올리는 것은 전매특허인 '컴퓨터 샷' 덕분이다. 국내에서 활동할 때부터 드라이버 샷과 아이언 샷 정확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좀체 흔들리는 법이 없어 전체적인 플레이에 기복이 없다. 페어웨이안착률(95.8%)과 그린적중률(85.6%)에서 1위를 달리는 이유다. 또 겨울동안 뉴질랜드에 머물며 단점으로 지적됐던 체력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것도 호성적의 바탕이 되고 있다. 여기에 KLPGA 투어에서 4년 동안 통산 9승을 거둔 관록도 무시할 수 없다.

시즌 초반 3경기에서 거둔 성적이지만 고진영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남은 과제라면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에서 적응해야하는 것이다. 시차와 장거리 이동, 음식 등 많은 변수들을 이겨내야 한다. 또 라운드당 퍼트 수 80위(30.33개)를 극복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이후 국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11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고진영은 "지금까지는 아시아 쪽에서 대회를 했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은 없지만 미국 쪽으로 가면 잔디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적응 기간을 둬야할 것 같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항상 꾸준하게 톱20에 드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인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