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패럴림픽 스노보드 金 '브레나 허커비' 패럴림픽 선수 최초 SI 잡지 수영복 모델 등장

[화·제·인·물]

14세때 암 판정 다리 절단, 체조선수 꿈 접고 실의
재활 프로그램 받다 우연히 체험한 스노보드 매료
'패럴림피안' 도전한지 5년만에 금메달 목에 걸어
"장애인대한 편견 바꾸고 싶어 섹시 수영복 모델"

▣허커비의 말
"인생은 마주한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상황을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

금메달도 다 같은 금메달이 아니다. 평창 겨울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LL1(중증 다리 장애)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의 브레나 허커비(22·미국). 한쪽 다리 장애인인 그녀는 미국에서 평창까지 따라온 두살된 딸 릴라를 품에 안고 "계속 도전 하면 원하는 모든 것은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8년 전만해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웃음이었다.

2010년 11월 18일, 허커비는 몇 시간을 울고 있었다. 14세 어린 나이로 암 판정을 받은 뒤 9개월간의 항암치료에도 외려 오른 다리 종양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의사는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다리를 잘라내야만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들었다. 체조선수를 꿈꾸던 10대 소녀는 다리 절단이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준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운동선수에게 두 다리는 필수였기 때문이다.

수술후 한쪽 다리로 눈을 뜬 허커비는 한동안 웃음을 잃었다. 하지만 생애 첫 의족을 받을 때쯤엔 '이걸 발견하시면 저에게 돌려주세요'라고 적으며 농담할 수있을 만큼 변했다.

허커비는 '인생은 마주한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상황을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은 두 다리로 살던 삶도 그립지 않다.

"사는데 두 다리가 있으면 편하겠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랬다면 내가 만난 멋진 사람들도 못 만났을 거고, 세계를 돌아다닐 기회도 없었을 거고, 이렇게 행복하지도 않았을 거다."

허커비는 16세 때 암센터에서 재활 프로그램으로 유타주 파크시티에 스키여행을 갔다가 처음 스노보드를 탔다. 그의 어머니는 스노보드로 패럴림픽에 도전해보겠다는 딸을 위해 아예 유타에 직장을 얻고 함께 이사를 왔다. 그렇게 패럴림피안의 꿈을 꾼 지 5년 만에 허커비는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년 출산으로 공백기가 있었지만 엄마가 된 허커비는 더 강한 스노보더가 됐다.

사실 예전에 그녀는 의족을 드러내놓지 않았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딸을 낳으면서 자신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됐다. 그녀는 "딸은 내가 내 몸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지난달 그녀에겐 믿기 힘든 제안을 받았다. 패럴림픽 선수 최초로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잡지에 수영복 모델로 나선 것이다. 모델 발탁 소식을 듣고 허커비는 방에서 펄쩍 펄쩍 뛰었다.

"장애인이 섹시한 수영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건 매우 흔치 않은 기회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싶었다."

자신의 몸이 어떻든지 충분히 강하고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허커비. 그녀는 16일 뱅크드 슬라럼(기문이 있는 코스를 회전하며 내려오며 기록을 겨루는 경기)에서 경주)에서 대회 두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