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가 달라졌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로 자란 정현(26위)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 오픈(총상금 797만2535달러)에서 파죽지세로 8강에 올랐다.

정현은 14일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대회 10일째 단식 16강전에서 파블로 쿠에바스(우루과이·34위)를 2-0(6-1 6-3)으로 완파했다.

쿠에바스는 2016년 세계 19위까지 올랐던 선수이고 맞대결은 처음이지만 상승세의 정현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정현은 초반부터 쿠에바스를 압도했다. 1세트를 단 한 게임만 내주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2세트에서도 일찌감치 게임 스코어를 5-0까지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잠시 방심해 서비스 게임을 내주며 5-3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곧 상대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해 6-3으로 2세트를 마무리했다. 경기 시간은 1시간 1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8강 진출을 확정한 정현은 호주오픈 4강을 포함해 올해 출전한 5개 대회 연속 8강에 진출하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또 ATP 마스터스 1000시리즈에서 처음으로 8강에 진출했다. ATP 투어 대회 등급은 4대 메이저 대회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마스터스 1000시리즈 대회다. 1년에 9차례 열리는 마스터스 1000시리즈에서 정현이 지금까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은 지난해 8월 로저스컵 16강이었다. 물론 그 위 단계인 메이저 대회(호주오픈)에서는 이미 4강 진출을 이룬 바 있다.

정현은 이 대회 8강 진출로 랭킹 포인트 180점을 확보했다. 다음 주 세계 랭킹 23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일본의 니사코리(25위)를 제치고 아시아 선수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정현은 8강에서 세계 1위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맞붙게 됐다. 페더러는 이날 제러미 샤르디(100위·프랑스)를 2-0(7-5 6-4)으로 물리쳤다. 한참 하위 랭커지만 페더러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로써 정현은 호주오픈 4강에서 페더러와 처음 만나 발바닥 부상으로 2세트 도중 기권한 한을 풀어버릴 기회를 잡았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는 정현이 페더러에 뒤지지만 최근의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경기결과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정현은 16강전을 마친 뒤 코트 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ATP 1000시리즈 8강에 처음 올라 매우 기쁘다. 8강 상대는 누가 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많이 응원해주신 한국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그 덕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8강전도 많이 오셔서 응원해달라"고 인사했다.

유인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