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토이저러스' 미국 사업 청산…700여 매장 모두 폐쇄 결정

[뉴스진단]

파산보호 신청 6개월만에 결국…직원 3만3000여명 감원 예고
유럽·호주도 철수할 듯, "온라인 시대, 현실에 안주 대가 참혹"
아마존에 밀려 오프라인 매장 허덕, 마텔등 세계 완구업계 긴장


70년 역사의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인 토이저러스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본거지인 미국에서의 사업을 완전히 청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9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 6개월 만이다. 오프라인 유통의 몰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 완구 제조업계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 스마트폰 선호"

데이비드 브랜던 토이저러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미국 내 모든 매장을 매각하거나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이저러스는 미국에만 700여 개 매장이 있으며 사업을 청산할 경우 3만300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토이저러스는 지난 1월 채무조정을 위해 184개를 닫기로 했지만 활로를 찾지 못해 결국 전 매장 폐쇄를 결정했다. 겉으론 미국으로 국한하고 있으나 브랜던 CEO는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호주에서도 철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캐나다, 중유럽, 아시아 사업부도 인수자를 찾고 있으며 사업 매각에 실패한 영국에서도 매장 75개가 폐쇄될 예정이다.

토이저러스가 몰락하면서 마텔, 해즈브로 같은 글로벌 완구 제조업체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들이 장난감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선호하는 시대로 바뀐지 이미 오래됐기 때문이다.

1948년 미국에서 문을 연 토이저러스는 1996년 출시한 유아용품 매장 베이비저러스를 포함, 세계 1600여 개 점포를 가진 대형 완구체인으로 성장했다.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를 강력한 소비자층으로 삼으며 '장난감 왕국'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13억달러 이상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던 토이저러스는 2016년 매출이 11억500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온라인 전략 부재가 패인

'온라인 유통공룡'아마존이 생활 전 분야의 물품을 취급하면서 전통적 오프라인 매장들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이저러스도 카메라 업계와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유통업이라는 기존 틀에 갇혀 변화하는 전자상거래 시대에 정확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이저러스는 2000년 아마존과 장난감·유아용품을 독점 판매하는 10년짜리 계약을 맺었다. 아마존을 활용해 오프라인 매출을 온라인까지 확대하는 대신 자체 판매 플랫폼 개발은 포기했다. 초기에는 매장을 찾지 않는 고객에게까지 장난감을 팔 수 있어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아마존이 2003년부터 타사 제품을 함께 팔면서 토이저러스 온라인 매출에 악영향을 끼쳤다.

소송전 끝에 아마존과의 관계를 끝낸 토이저러스는 2006년 자체 쇼핑 사이트를 열었지만 습관이 바뀐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떠나지 않았다. 한두 번 클릭이면 결제까지 가능한 전문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복잡한 결제 시스템도 발목을 잡았다. 미래 사업을 남에게 맡긴 탓에 자체 성장 동력을 포기한 셈이다.

결국 현실에 안주한 대가는 참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