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구종 점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31·LA 다저스)이 시속 93마일짜리 공을 던지며 어깨 수술 후유증을 완전히 떨쳐냈다. 여전히 제구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구위 자체가 좋아진 부분은 올 시즌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류현진은 17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2018시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했다. 3이닝 동안 62개를 던지며 7안타 5실점해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볼넷 2개를 주고 삼진 2개를 빼앗았다.

실점 과정에 불운이 겹치기도 했지만 스스로도 "컨디션이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아웃카운트 9개 중 7개를 땅볼로 처리해 투심패스트볼의 효용성을 확인한 게 가장 큰 소득이다.

강판 후 현지 중계진과 인터뷰에 나선 류현진은 "땅볼이 많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다. 결과를 떠나 땅볼이 나오는 것은 좋은 징조다. 세트 포지션에서도 지난 등판 때보다는 편하게 던졌다. 긴 이닝을 던지지는 못했지만 투구수를 늘린 것도 소득"이라고 밝혔다.

1회 말 무사 2, 3루에서 호세 아브레우를 1루 땅볼로 처리하며 첫 실점한 류현진은 1사 1, 3루에서 라이언 코델을 2루 땅볼로 돌려보내며 추가 실점했다. 2사 1루에서는 팀 앤더슨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내줬는데, 이날 첫 정타였다.

2회에는 불운이 겹쳤다. 1사 후 애덤 엥겔의 타구가 유격수 옆 내야안타로 돌변한 뒤 몬카다를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하지만 다저스 내야진이 더블플레이를 성공하지 못해 기회를 남겼고, 가르시에게 좌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 아브레우에게 중전 적시타를 각각 허용하고 두 점을 더 내줬다. 3회를 깔끔하게 막아낸 뒤 이날 정한 투구수에 도달해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은 "동료들이 수비 실수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지만 내가 막지못해 더 미안했다"며 실점과정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차례 시범경기에서 1승 1패 방어율 14.29로 부진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포수 아스마니 그란달은 "류현진의 구위가 수술 이전보다 좋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날 최고구속도 93마일까지 측정돼 개막이 다가올수록 구위가 좋아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kt 류택현 코치는 "LG 시절 류현진이 불펜피칭을 할 때 타석에서 직접 공을 본 기억이 있다. 제구 중심의 완급조절 투수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 타석에서 본 류현진의 포심은 대포알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타석에 서보고 나서야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왜 류현진의 90~92마일짜리 포심에 배트가 밀리는지 알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같은 팔 스윙에서 뿜어져 나오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에 빅리거들이 고전했다는 의미다. 그 포심의 위력을 수술 이전으로 돌려놨기 때문에 시즌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다.

장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