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석의 동서남북

수필가, 목사

  • '신천옹'에게서 배운다

    임지석/목사·수필가    세상에서 가장 긴 날개를 가진 새가 있는데 알바트로스 즉 '신천옹'입니다. 양 날개를 펴면 3미터가 넘을 때도 있으며 새의 그림자가 하늘을 덮고 만 리를 간다 해서 '하늘의 조상이 보낸 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반면에 긴 날개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몸이 큰데다 긴 날개를 펄럭거려도 빨리 날지 못하는 약점 때문에 사람들에게 쉽게 잡히기도 해 멸종 위기에 이를 정도입니다.


  • 400년 전 사랑편지

    1998년 경북 안동 택지 개발 현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분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한글 편지 하나가 발견되었는데, 그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늘 나에게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먼저 가셨나요? 천지가 온통 아득한 이런 일이 하늘 아래 또 있을까요? 당신은 한갓 그곳에 있을 뿐인데 나처럼 서러울까요?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이 편지 보신 말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써 넣습니다."


  • 귤이 맛있네

    임지석/목사·수필가  결혼 8년차인 부부가 이혼 위기에 처했습니다. 딱히 큰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아내의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삶에 지쳐 있던 남편도 이혼을 은근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을 하던 남편은 과일 행상을 만나서 할 수 없이 귤을 사가지고 집에 왔습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아내가 탁자에 올려놓은 귤을 까먹으면서 말했습니다. "귤이 참 맛있네."


  • 어머니의 사랑

    임지석/목사·수필가  시골 마을에 초등학교 5학년인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담임선생님이 주전자를 하나씩 가지고 오도록 학생들에게 과제를 냈습니다. 여학생은 어머니에게 주전자를 준비해 달라고 했으나 어머니가 내놓은 주전자는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었습니다. 학교에 가져가면 놀림거리가 될 것이 뻔했지만 어머니는 보자기에 싸서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여학생은 녹슨 주전자를 내놓기가 창피해서 가방에 다시 집어넣고는 깜빡 잊고 안 가져왔다고 둘러댔습니다.


  • 인생에 주어진 사명

    임지석/목사·수필가       그녀는 10대 미혼모의 사생아로 태어났습니다. 그녀 역시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해 14살에 임신해 조산아를 출산했지만 그 아이는 태어난 지 2주 만에 죽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의지할 곳이 없었던 그녀는 마약 중독자로 10대를 보내면서 고된 삶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암울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타임지가 뽑은 '미국을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100인'에 1위로 선정되었습니다. 방송인으로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의 이야기입니다. 


  • 청렴한 생활

    임지석/목사·수필가  조선 중기의 학자였던 이지함이 선조 때 포천 현감으로 부임을 했습니다. 그의 행색은 매우 초라했는데 삼베옷에다 짚신을 신고 다 헤어진 갓을 쓰고 있었습니다. 고을 관리들은 새로 부임한 현감인지라 정성을 다해 진미를 갖추어서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음식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젓가락도 대지 않았습니다. 관리들은 차림이 시원치 않다고 생각해서 더 좋은 음식을 마련해서 상을 올렸지만 그럴수록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 열등감 날려 버리기

    임지석/목사·수필가  장훈 선수는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개인 통산 3천 안타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는 많은 차별을 받았음에도 일본으로 귀화하기를 거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처럼 귀화를 거부한 장훈에게 일본인들이 물었습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는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한국인인 것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그를 일본인들이 곱지 않게 생각했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 오드리 헵번과 사랑의 빚

    임지석/목사·수필가  2차 대전 중 굶주림과 두려움에 떨면서 힘든 유년시절을 보낸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가난한 환경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야 했습니다. 전쟁으로 먹을 것이 없어 아사 상태에 이르렀을 때 구호단체의 도움을 받아 생명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구호품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그는 훗날 세계적인 영화배우로 성장했는데 바로 오드리 헵번입니다. 그녀는 1954년부터 꾸준히 기부 활동에 참여했고 아프리카 등지를 찾아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의 삶을 실천했습니다. 


  • 고통은 '삶의 진주'

    임지석/목사·수필가  영국의 식물학자 알프레드 윌리스가 연구실에서 고치에서 나오려고 애쓰는 나방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나방은 바늘구멍 크기의 구멍을 뚫고 그 틈으로 나오기 위해서 꼬박 한나절동안 애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경험한 번데기는 나방이 되어 나와 공중으로 훨훨 날아갔습니다. 


  • 사명감으로 사는 삶

    임지석/목사·수필가    1987년 폴란드 한 병원의 수술실에서 찍힌 사진이 기억납니다. 그곳에서는 외과 의사 즈비그뉴 리리가 (Zbigniew Religa)가 폴란드 최초로 심장 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었는데 성공할 확률은 대단히 낮았으며 당시 기술적인 결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23시간에 걸친 긴 수술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사진에 나타난 즈비그뉴는 안도하는 눈빛으로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었고 그를 보조한 사람은 지쳐서 한쪽 구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