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테니스대회는 오랜 전통과 권위, 독특한 규정을 자랑한다. 고색창연한 센터 코트와 녹색의 잔디 그리고 영국 왕실의 색인 자줏빛으로 이루어진 윔블던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전 세계 테니스인의 로망이다. 1877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전 잉글랜드 크로켓 및 론 테니스 클럽(All England Croquet and Lawn Tennis Club)'에서 시작된 윔블던은 테니스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은 참가하고 싶어 하는 대회다. 윔블던 창설을 시작으로 4년 뒤인 1881년엔 US오픈, 그로부터 10년 뒤인 1891년에 프랑스 오픈, 그리고 다시 한참 후인 1905년에 호주 오픈이 시작되어 4대 메이저 대회가 되었다. 각국의 대회마다 다른 성격으로 시작된 나름대로의 명칭들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긴 했지만 종주국 영국의 윔블던 공식 명칭은 'The Championships'이다. 나라이름조차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 세상에서 이것만이 유일무이하고 최고라는 자부심이라기 보단 오만에 가까워 보인다. 게다가 이 윔블던은 130년을 넘게 이어온 역사만큼이나 몇 가지 독특한 전통 또한 양보가 없다. 그 중 하나가 변치 않는 흰색 의상이다. 윔블던은 출전 선수들에게 흰색 유니폼만을 허용하는 엄격한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티셔츠와 반바지, 양말뿐 아니라 신발에 안경까지 온통 흰색 일색이다. 신발 바닥까지도 흰 색이어야 한다. 심지어 여성 선수들의 스커트 아래 입는 속옷이나 어깨로 들어나는 브래지어 끈까지도 논쟁거리다. 미국은 이 전통을 오래 전 폐지했지만 윔블던의 전통에는 변함이 없다. 2013년 '테니스의 황제'로저 페더러는 오렌지색 밑창 테니스 화를 신고 출전했다가 조직위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세계 랭킹 1위였던 아가시는 항의 표시로 노란색 고글을 낀 적도 있다. 이외에도 개인적인 취향을 나타내고 싶어 하는 일부 여자 선수들이 항의의 표시로 색깔 있는 언더웨어를 입거나 브래지어를 착용하자 윔블던 조직위는 지난해부터 여자 선수들의 속옷도 흰색으로 규제했다. '흰색 전쟁'인 셈이다. 그러나 이렇듯 전통을 사수하려는 윔블던이 끊임없이 흰색 권위에 도전하려는 선수들의 다양한 시도 사이에서 약간의 규정을 완화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동참한 면도 있긴 하다. 그러면서도 윔블던만의 고유성을 유지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내고 있다. 일례로 엄격한 흰색 규정은 불변이면서도 유니폼의 스폰서 로고와 옷의 끝자락 그리고 손목이나 헤어밴드와 같은 액세서리에만 컬러를 허용한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선수들의 치아까지도 더 하얗게 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근래에는 종전과 달리 치아를 단순히 보존하고 관리하려는 기본적 단계에서 벗어나 아름답게 보이려는 심미적인 면에 관심 갖는 경향이니 그렇게만 하면 화룡점정, 더욱 완벽할 텐데 말이다. 옛말에도 미인의 조건으로 단순호치 (丹脣皓齒)라 하여 입술은 붉어야 하고 치아는 하얗게 빛나야 한다고 했다. 확실히 하얗고 쭉 고른 치아로 밝게 웃는 모습은 그냥 보기에 아름답기도 하지만 자기 관리를 잘하는 능력 있고 부지런한 사람의 적극적인 태도와 함께 깔끔해 보인다. 성서에서 솔로몬도 '너의 이는 마치 털 깎은 암양이 욕탕에서 나온 것 같구나' 하고 노래했듯이 아름다운 치아는 사람의 인상과 품위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