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남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점 하나에 울고 웃는다.'라는 유행가가 있다. '도로남'노래가사이다. 허나 실상은 '님'에 점하나 붙여 '남'만 만드는 것도 모자라 아예 돌려 찍어 '놈'도 만든다. 어느 시에선가 읊조린 '보고 있어도 그립다'던 그 님도 마음이 뒤틀려지면 남이 되고 나쁜 자식 놈까지 되고 마는 것이다. 눈에 뭔가 씌어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일 때는 얼굴에 있는 마마자국도 모두 다 보조개로 보이지만 미워지기 시작하면 콧구멍도 왜 그리 크게 보이는지 영화 '나바론 요새'의 거대한 대포 구멍 같다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살붙이고 살던 '당신'도 싸움하고 돌아서면 '등신'이 되나보다. 누가 그랬나.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생면부지의 남들끼리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결합하여 한마음 한 뜻으로 살아가는 한 몸이 되니 끊어내지 못해 촌수조차 없는 무촌이란 의미였겠다. 허나 무촌이란 게 무언가 어긋나 한번 등 돌리면 도로 남이 되니 원래의 타인이 되는 것이라는 뜻이었나? 그렇다 해도 도로묵 아니 도로남이면 그나마 낫겠건만 오히려 꿈에서 조차도 보기 싫은 웬수덩어리가 되니 차라리 안 만났을 리만 못한 경우가 되기도 한다. 어째서 그렇게도 그립고 고운님이 점하나 찍어 남이 되어 돌아서고 멍든 상처로 갈라서게 되는가. 그것은 부부가 일심동체가 아니라 이심이체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래서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그랬다지? 결혼은 판단력 부족으로 하고 이혼은 인내력 부족 때문이며 재혼은 기억력 부족이라고…과연 그럴까? 그러고 보면 소설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가 왜 남녀가 만나 혼인을 한다는 것은 '부부가 된 것'을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때부터 부부가 되어가게 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다. 웨딩마치에 따라 퇴장하는 그 순간부터 싸우고 화해하고를 거듭하면서 양보를 배우고 미운 점까지도 예뻐하게 되면서 검은머리가 휜 머리가 되도록 서로 존중하며 닮아 가도록 노력한다는 말일게다. 그러므로 사랑은 나의 것 반과 너의 것 반만을 합하여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것 전부와 네 것 전부를 내놓아 완전한 하나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마치 젓가락 두 개가 있어야 한 짝이 되고 완성을 이루듯이 그리고 서로 협력해야 공동의 목표로 다가 갈 수 있듯이 그렇게 하는 것이 부부란 뜻이다. 조물주가 아담을 잠재우고 그의 갈비뼈를 취하여 이브를 만들었다는 창조이야기. 그 분은 왜 하필이면 갈비뼈를 사용했을까? 그것은 다리뼈는 밟는 습성이 있고 손뼈는 삿대질을 하기 쉽고 머리뼈는 가르치려 들것이고 턱뼈는 말이 많아 싸움 잘날 없을 것이고 어깨뼈는 거들먹거리기 십상이고 목뼈는 교만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갈비뼈는 가슴에 있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고 보호하며 나란히 동행해 가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잠에서 깨어나 '내 뼈 중의 뼈요, 내 살 중의 살'이라고 고백했다던 아담조차 이브가 바가지 긁으면 "나 아직도 갈비뼈 많이 남았다"고 했다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