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14억 인구, 만리장성, 하늘을 나르고 장풍을 하는 무협지국? 중국은 모든 면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웅장한 스케일 일 테지만 아무래도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요리다. 중국인에겐 땅에서는 네발 달린 것이라면 책상 빼고, 하늘을 나는 것 중에선 비행기 빼고 모두 요리감이라 하지 않던가! 그런 중국요리에서 특별한 것은 Wok이다. 깊게 푹 파인 이 Wok에 뭉툭하고 짧고 두툼한 칼로 토막 낸 덩어리들을 던져 넣고는 불을 마술처럼 다스려 야채와 소스들을 넣고 볶아대거나 튀긴다. 그래서 중국요리점을 'Wok'이라 하지만 '챠오 챠오(chow-chow)'라고도 부른다. 볶는다는 뜻이다. 중국요리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각 나라마다 그 지역에 맞게 변화해서 더 이상 중국요리인지 그 나라의 전통요리인지 모를 정도다. 뉴올리언스에는 케이준 중국요리가, 이탈리아에서는 젤라토 요리가, 프랑스에서는 개구리뒷다리 요리가, 브라질에서는 쿵 푸드가 모두 그런 것들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국인이 즐겨 찾는 요리 중에는 중국요리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상당수다. 찹 수이, 초장군, Egg Foo Yong 등 무수히 많다. 허지만 이런 요리가 미국에서 자리 잡히기까지엔 중국인들의 엄청난 많은 시간의 시련과 노력이 요구되었다. 미국이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이긴 후 골드러시가 이루어지면서 들어 온 중국인들은 당시 미국인들에게 그저 미천하고 보잘 것 없는 노동자들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해서 미국인들은 그들에게도 훌륭한 문명의 발생지 민족답게 요리 또한 천하일품의 진기한 최고급의 화려한 상이 즐비하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거다. 더구나 당시는 반 중국인 감정인 배화사상이 팽배해 있었고 심지어 중국인은 쥐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까지 있었으니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가 있었겠나. 그렇게 천대받고 멸시받던 중국인들은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끔 요리를 바꾸는 기술을 개발해 내는데 무던히 주력함으로 서서히 그들의 음식문화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헌데 흥미로운 것은 본래 중국음식을 미국인 입맛에 맞게 변용된 것도 있지만 흔히 알고 있는 것들 중에 아예 중국 본토에서는 맛볼 수 없는 완전 새로 개발된 미국 판 중국요리가 오늘날 미국인들이 손가락으로 꼽는 메뉴 중의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에그롤, 찹 수이, 초장군, 훠춘쿠키 등이 그것이다. 그 중 노동자들의 애환과 함께 제일 먼저 알려진 '찹 수이(Chop Suey)'는 그 기원이 흥미롭다. 몇 가지 유래 중 하나는 뉴욕을 방문한 주미 중국 대사 리홍장을 위한 저녁만찬에 온 미국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즉석에서 이 요리를 개발했는데 대박을 쳤다는 설이다. 사연이야 어쨌든 이일로 미국인들은 중국 음식점을 찾기 시작했고 찹 수이 유행이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를 휩쓸었다. 그 후 2차 대전 때에는 군대 급식으로도 들어갈 정도가 되어 더 이상 미국식이네 아니네 따지지 않는 지경이 되었다. 여기에 루이 암스트롱의 '수이'노래는 그 인기를 극에 달하게 했다. 그러고 보면 찹 수이가 인기리에 자리 잡히게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찹 수이가 여러 남은 음식을 섞어 볶아 만든다는 '잡쇄(雜碎)'라고 하니 여러 민족의 이민으로 이루어진 미국이 서로 섞여가는 데 좀 더 익숙하고 서로 받아들이는데 더 용이하다는 의미가 아닐는지. 그러니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샐러드 보울'이 아니라 '찹 수이 보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앞으로 '비빔밥 보울'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