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언젠가는 시든다는 말이지만 주로 권력의 무상함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십일홍을 넘어 피는 꽃이 있다. 백일홍이다. 옛날 어떤 바닷가 마을에는 머리가 셋 달린 이무기가 나타나 이 동네 처녀들을 제물로 바치게 해 잡아먹었다. 그러던 어느 해 한 처녀의 차례가 되어 모두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청년 한 사람이 나타나 자신이 이무기를 처치하겠다고 자원하였다. 처녀로 가장하여 기다리던 청년은 이무기가 나타나자 칼로 쳤으나 이무기는 목 하나만 잘린 채 도망갔다. 처녀가 보은의 뜻으로 혼인을 청하자 청년은 여의주를 찾아 나선길이니100일만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이무기와 싸워 이기면 흰 깃발을 달고 올 것이고 지면 붉은 깃발을 달고 오겠다고 했다. 그 뒤 처녀는 100일이 되기를 기다리며 높은 산에 올라 바다를 지켜보았다. 이윽고 수평선 위에 청년이 탄 배가 나타났는데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처녀는 절망한 나머지 자결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실은 청년이 다시 이무기와 싸워 그 피가 흰 깃발을 붉게 물들였던 것이다. 그 뒤 처녀의 무덤에서 이름 모를 꽃이 피어났는데 처녀의 넋이 꽃이 되어 100일을 피었다 하여 백일홍이라 불렀다 한다. 헌데 이 백일홍 한 송이가 우주 공간에서 피어났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미국 우주비행사들이 최초로 꽃을 피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NASA는 궁극적으로 인류가 더 먼 우주로 진출하는데 대비하기 위해서 우주에서 식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선 일차적으로 키우기 쉬운 상추를 수확하는데 성공한 다음 단계로 화초에 도전했다. 실험팀은 상추와 달리 환경의 변화와 빛의 특성에 매우 민감하고 발육 기간도 훨씬 길어 재배하기에 몹시 까다롭고 어려운 백일홍을 골랐다는데 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이제 백일홍이 피었다는 것은 토마토도 재배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으로 무중력 우주에서의 식물 재배에 중대한 전기가 된 것이라 한다. 사철 내내 푸른 것이 소나무 잎이라면 백일 내내 빨갛게 피는 선경의 꽃이라고 찬사를 받는 백일홍은 '자극에 민감한 식물'로도 알려졌다. 해서 '손가락으로 긁으면 간지러운 것을 참지 못하고 움직인다'고 해서 '파양화(?痒花)'라는 별명도 얻었다는데 이처럼 까다롭고 별난 성질의 백일홍이 우주실험의 안성맞춤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지난해 개봉해 많은 인기를 얻은 영화 '마션'(화성인)이 있었다. 화성 탐사 중 고립된 한 우주인을 구하기 위해 펼쳐지는 구출작전을 그린 공상 과학 영화다. 특히 척박한 화성 기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자를 심고, 그 감자가 하얀 꽃을 피우는 장면은 보는 이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마션'의 주인공처럼 우주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일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제 우주에서도 자체 재배한 식물로 자급자족하며 살아갈 날도 그리 멀지만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