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가 막 앉았는데 바로 옆 칸의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누군지 모르지만 얼떨결에 '네, 안녕하세요.'하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요새 어떻게 지내요?'하며 되물어온다. 좀 당혹스럽고 난처하다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저 그래요. 헌데 그쪽은요.'했다. 그랬더니 저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전화 끊어야겠어요. 옆에 어느 멍청이가 말끝마다 끼어드네요. 다시 걸죠.' 셀 폰이 발달한 요즈음 일어난 해프닝이다. 셀 폰은 이제 일상생활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휴대품이 되었다. 그러나 길을 건너가면서도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어 운전자들을 불안하게 하는가하면 가족과의 식사 중에도 들여다보는 아이들도 있고 심지어 데이트 하는 연인들도 식당에 마주 앉으면 텍스트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하니 이건 단순히 문명의 이기를 향유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담화하며 식사를 즐기는 식당을 비롯하여 공공장소에서도 주위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마구 큰 소리로 떠드는 몰염치한 사람들을 만나면 모처럼의 기분을 망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극장이나 세미나 혹은 교회에서도 울려대는 벨소리들은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기도 한다. 허나 이것 말고도 또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것은 넘쳐나는 음성이나 문자 정크메일이다. 음성, 문자메일은 기계와의 대화로 인간미를 상실해 가는 아쉬움이 있긴 해도 여러 가지 많은 양의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훌륭한 심부름꾼일 뿐만 아니라 메일에 남겨진 메시지를 통해 나중에 시간 날 때 처리 할 수 있다는 점 등의 편리함이 있다. 그럼에도 쏟아져 들어오는 원치 않는 메시지나 상업적인 메일들은 우리를 극도로 피곤하게 하고 짜증을 나게 한다. 이 모든 것들은 공해 내지는 폭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쩌랴. 바쁜 현대 사회 생활 속에서 전자매체는 필요불가결한 하나의 수단이 되었으니 이를 철저히 외면 할 수도 없게 됐다. 이 지경이니 이젠 우리의 삶을 넘어 하늘에 까지도 전염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게 아니겠나. 하늘에 전화를 걸면 '천국에 전화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영어로는 1번, 스패니쉬로는 2번, 그 외 언어는 3번을 누르세요.'라는 음성메시지가 나온단다. 이어 '감사는 1번, 불만은 2번, 질문이나 그 외의 것은 3번을 누르세요.'한단다. 그리고는 '지금은 모든 천사들과 성인들이 다른 죄인들을 돕느라 바쁩니다. 기다려 주시면 받은 순서대로 답해드립니다. 만일 하느님께 용무가 있으면 1번, 예수님께는 2번, 성령께는 3번을 누르세요. 천국에서 사람을 찾으려면 5번과 그의 소셜 시큐리티 번호를 누른 후 #를 누르세요. 없다는 신호가 나면 끊고 666번 (지옥)을 누르세요. 그리고 천국에 예약하려면 '5646(요한)'을 누르고 316 (3장16절)번호를 입력하세요. 끝으로 이곳 업무 시간 외에 비상도움이 필요하면 각 구역의 사제나 목사에게 연락하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천국 전화번호는 66-3927과 73-4627입니다.'(개신교성서는 구약 39권과 신약27권으로 모두 66권이고 가톨릭은 구약 7권이 더 많은 73권이다.) 정말 이럴지 누가 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