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 살루트'하면 애주가들은 금방 위스키를 떠올릴 것이다. 특히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스카치위스키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어렸을 때 21년 후에 있을 대관식을 기념하기 위하여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21발의 예포를 울리고 사용하였다하여 '로얄 살루트'라고 이름 붙였진 위스키다. 대관식은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치러지는 데 켄터베리 대주교의 시작기도 후 선서를 하고 의자에 앉으면 성유를 바르고 보검과 십자가가 붙은 왕홀을 왼손에 받고 비둘기 장식이 있는 왕장을 오른손에 받는다. 1952년 즉위해 올해로 90세가 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오는 6월 12일 대규모 파티가 열린다는 보도가 화제다. 이로써 여왕은 영국을 변두리 나라에서 최강국가로의 기틀을 마련한 고조모 빅토리아 여왕에 이어 최장기 재위 군주가 됐다. 애당초 여왕은 아버지가 윈저왕가의 차남이어서 왕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큰 아버지 에드워드 8세가 미국여성 심프슨과 결혼한다며 왕위를 포기하면서 동생 앨버트가 조지 6세로 왕위를 계승했지만 얼마 후 타계하는 바람에 해외순방 중이던 엘리자베스 공주가 귀국해 아버지의 왕위를 계승하게 됐다. 아버지 조지 6세는 말더듬 증으로 대인기피증이 있었으나 이를 어렵게 극복하고 감동적인 대 국민연설을 해냄으로써 국민 정신력을 단합시켜 2차 대전 당시 위기의 영국을 구해낼 수 있었던 모습은 영화 '킹스 스피치'에서 잘 묘사돼 있다. 헌데 대관식 의자는 운명의 돌이라 불리는 대관석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일명 야곱의 베개라고도 한다. 야곱이 천사들과 함께 하늘로 오르내리는 사다리 꿈을 꾼 연유로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의 의미가 부여된 것은 왕은 하늘이 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나라 임금들은 즉위식 때 '면류관'을 썼다. 관의 옆면에 붙어있는 '면'은 귀를 막기 위한 것이고 앞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류'는 눈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 한다. 임금은 가까이서 보다는 들리지 않는 먼 곳의 깊은 소리까지도 듣고 보이지 않는 곳의 어두운 아픔까지도 보아야 한다는 의미이겠다. 그런 면에서 여왕은 이를 손수 실천하는 지도자였다. 여왕 통치 동안 여러 연방 국가들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거나 왕실 안에서도 불미스런 일들이 발생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시련과 불행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여왕을 향한 영국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것은 스물다섯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후 국민 위에 군림하는 여왕이 아니라 백성과 함께하며 조용히 봉사하는 통치 철학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고조모 빅토리아 여왕의 치세가 이른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는 막강한 대영제국의 전성기였다면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의 흥망을 모두 겪은 시대의 통치자였으며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자세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군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영국 국가는 이렇게 노래한다. '신이시여 우리의 자비로운 여왕을 구원하소서!' 여왕의 건강과 장수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