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세종 때 정갑손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강직한 성품을 인정받은 그는 관직에 발탁이 된 후에도 염근리 (廉謹吏: 청렴하고 매사에 조심성이 있는 관리)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그가 함경도 관찰사로 근무할 때 어떤 보고를 받고는 책임자를 불러 크게 야단을 친 일이 있습니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고을의 관리를 뽑는 시험이 시행되었는데 능력도 안 되는 자신의 아들이 합격자 명단에 올라온 것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정갑손은 담당자를 문책하고 아들의 합격을 취소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평소 내 아들이 학업에 충실하지 않았음을 내가 잘 아는데 어찌 요행으로 임금과 백성을 속일 수 있겠는가." 그는 이와 같이 사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모든 일에서 청렴함을 보였습니다. 비록 자신의 아들과 관련된 일이지만 옳고 그름에 따라 정직과 공의로 일을 처리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각자 유익을 위한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또는 공평하게 다루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했듯이 자신은 물론 자신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말입니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나 하나쯤이야'라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이나 허물에 대해서 적당히 눈을 감아버리는 사람들도 우리는 많이 봅니다. 특별히 어떤 공직에 있으면서 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봅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지만 자신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할 때가 있습니다. 청렴이란 당장은 아쉽고 불편할지 몰라도 부정과 부패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입니다. 자신에게 청렴할 때 국가와 사회가 살고, 자신도 온전하게 되는 법입니다. 충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관직을 다스릴 때는 공평함보다 큰 것이 없고 재물에 임하여는 청렴보다 큰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