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기·전자제품과 통신·사무용 기기들은 옛날보다 참 싸다. 과거에 비해 품질이 좋아지고, 기능이 다양해졌음에도 가격은 내려간 경우가 허다하다.

노트북컴퓨터만 해도 그렇다. 500~600달러면 웬만한 것을 장만할 수 있다. 10년 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가격이다.

싼값에 제품이 출시될 수 있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눈부시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큰 몫을 했다. 일례로 PC에 내장되는 D램 반도체 가격을 보면 2기가바이트(GB) DDR3 D램 모듈의 가격이 지난해 6월엔 44달러였지만 지난해 말 21달러로 떨어졌다. 올 2분기 말쯤에는 15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컴퓨터 뿐 아니라 다른 기기들의 가격도 많이 내려갔다. 가정에서 쓰는 프린터의 경우 100달러대에도 제법 쓸만한 것들을 구입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제조업체들이 예전보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어떻게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을까.

메이커들은 기본적으로 제조원가를 절감하는 한도 내에서 제품가격을 내릴 수 있다. 제조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은 이윤을 최소화하며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도록 부추긴다.

그러나 그렇게 '적게 먹고 적게 싸는' 방식으로는 파이를 키울 수 없다. 수요가 늘었다고 해도 10년 전보다 더 가격이 내려간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미래를 보장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가격을 쉽사리 올릴 수도 없다.

이 같은 딜레마 속에서 제품메이커들은 기막힌 아이디어를 짜낸다. '몸통'은 소비자들이 흡족해 할만큼 싸게 판매하되 '깃털'로 바가지를 씌우는 수법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값싼 몸통에 마취돼 비싼 깃털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다.

좋은 가격에 괜찮은 프린터를 산 소비자는 시간이 좀 지난 뒤 프린터 잉크카트리지를 교체할 시점이 되어서야 잉크가격이 부담스럽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대체로 잉크를 서너번 교체하면 프린터 가격을 뛰어넘는다. 디지털카메라의 경우도 카메라는 그리 비싸지 않지만 인화지 가격과 프린터 잉크 가격은 만만치 않다.

최근엔 '깃털'로 큰 돈을 버는 이동통신사들의 장삿속이 압권이다. 스마트폰과 태플릿PC 등을 판매할 때 2년간 사용계약을 하면 단말기 가격을 절반 이상 할인해 해준다. 어떤 통신사는 '바이 원 겟 원 프리'까지도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을 싸게 주는 것은 알고도 속는 사탕발림이다. 통신사들의 주수입원은 전화통화·텍스트메시지 요금 이외에 추가로 걷어가는 월 30달러 안팎의 데이터이용료다. 약정기간 2년이면 스마트폰 1대당 데이터이용료가 720달러나 된다.

미국에서 가구당 지출하는 인터넷 이용료가 월평균 20~25달러임을 감안할 때 통신사가 스마트폰을 미끼로 소비자들로부터 뽑아내는 데이터 이용료 수입은 엄청난 규모다.

배보다 더 큰 배꼽을 감춰놓고 파는 절묘한 '깃털 마케팅'이다.

< 시카고 Transparent Container Co. 제품디자이너 · keedesign@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