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 의상상 등 6관왕…최다부문 수상
인종차별 풍자 퍼포먼스·언급 잇달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홍국기 기자 =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오스카의 한을 풀었다.

'스포트라이트'가 작품상을, '레버넌트'가 감독상을 받는 등 주요 부문 상을 유력 작품들이 나눠 가졌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주요 부문은 아니지만 의상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을 석권해 '실속'을 챙겼다.

연기 부문 후보가 백인 일색으로 채워짐에 따라 뜨겁게 일었던 인종차별 비판이 시상식에서 다양한 퍼포먼스와 언급으로 승화됐다.

◇ 작품상은 '스포트라이트', 감독상은 '레버넌트'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흑인 코미디언 겸 배우인 크리스 록의 사회로 진행된 제88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인 작품상을 '스포트라이트'가 받았다.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이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보도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과 각본상, 미국 배우조합상의 최고 작품상인 '베스트 앙상블 캐스트'를 받아 오스카상의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하지만 아카데미상 12개 부문 후보로 오른 '레버넌트'와 아카데미 작품상의 지표라 할 수 있는 미국제작자조합상을 받은 '빅쇼트'라는 강력한 경쟁작이 있어 수상이 불투명했다.

결국 아카데미상의 선택은 '나눠주기'였다. 주요 부문 중 하나인 감독상은 '레버넌트'의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에게 돌아갔다.

작품상과 감독상을 몰아주는 그간 아카데미 관행에 비춰봤을 때 이례적이다. 올해까지 포함한 88차례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이 서로 다른 작품에 돌아간 것은 24차례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이냐리투 감독이 '버드맨'으로 작품상과 감독상 모두를 거머쥐었다.

이냐리투 감독은 이번 감독상 수상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부문에서 2연패의 업적을 달성했다.

아카데미 역사상 세 번째로 연속 감독상 수상자다. 서부극의 전설인 존 포드 감독(1941∼1942년)과 조셉 맨키위즈 감독(1951∼1952년) 이후 60여년 만의 일이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사상 처음으로 수상의 기쁨을 맛봤다.

이번 수상으로 1994년 '길버트 그레이프'(1993)로 시작된 오스카와의 질긴 악연을 청산하게 됐다.

디캐프리오는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미국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등 주요 시상식을 휩쓸어 오스카상 수상이 예고되다시피 했다.

여우주연상은 '룸'에서 17살 때 한 남자에게 납치돼 가로세로 3.5m 남짓의 작은 방에서 아들을 낳고 키우다 탈출한 '조이'를 연기한 브리 라슨이 받았다.

그는 디캐프리오와 마찬가지로 주요 여우주연상을 연거푸 받으며 일찌감치 오스카 수상자로 낙점받았다.

각본상은 '스포트라이트', 각색상은 '빅쇼트'가 챙겼다.

◇ '매드맥스' 다관왕…6개 부문 수상…엔니오 모리꼬네 첫 아카데미상 수상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편집상,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각본상 등 이른바 '빅5'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10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6개 부문을 석권하는 '실속'을 챙겼다.

12개라는 최다 부문에 이름을 올린 '레버넌트'는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촬영상 등 3개상을 얻는 데 그쳤고, 7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마션'은 빈손으로 돌아간 것과 대조를 이뤘다.

특유의 '롱테이크'로 유명한 멕시코 출신의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이 '그래비티'(2013), '버드맨'(2014)에 이어 '레버넌트'로 촬영상 부문 3연패를 달성했다.

'황야의 무법자',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시네마 천국' 등으로 유명한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헤이트풀 8'으로 처음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엑스 마키나'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마션', '매드맥스' 등 대작을 제치고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외국어영화상은 예상대로 '사울의 아들'에, 장편 애니메이션은 '인사이드 아웃'에 각각 돌아갔다.

주제가상은 영화 '007 스펙터'에 삽입된 '라이팅스 온 더 월'가 받아 조수미가 부른 '심플송'은 수상에 실패했다.

◇ 유색인종 차별 풍자 퍼포먼스…이병헌 첫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아카데미가 시상식에서 '백인만의 잔치'로 전락한 아카데미를 풍자한 다양한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사회자를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흑인 코미디언 겸 배우인 크리스 락은 "흑인들의 불참 사태 때문에 사회를 거절할까 고민했다"며 "난 실업자이고 이 자리를 백인인 빌 패트릭 해리스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는 너스레로 시상식 개막의 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후보에 오르지 못한 '크리드'의 흑인배우 마이클 B. 조던이 시상자로 나설 때 그를 '후보에 올라야 했던 배우'라고 소개하는 등 여러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영화상 백인이 맡았던 역을 흑인 배우가 대신한 패러디 영상, 백인 일색인 아카데미 후보와 관련해 크리스 록이 흑인들과 인터뷰하는 영상 등도 상영됐다.

주제가상 시상자로 나온 흑인 배우 케빈 하트는 "다양성에 대한 부정적인 사안에 너무 사로잡히지 말고 오늘을 축하하자"며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배우 이병헌은 한국인 배우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시상식 무대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검은색 턱시도를 차려입고 콜롬비아 출신 미녀 스타 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외국어영화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외국어영화상 후보작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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