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적 적대 청산한 88년만의 정상회담…정상화 현안 놓고 현격한 입장차
민주주의·인권 놓고 뚜렷한 대립…카스트로 "정치범 명단 있으면 제시하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1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했다.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88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냉전적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실용주의적 관계로 전환해나가는 국교정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상징적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은 그러나 과거 대(對) 쿠바 봉쇄정책의 핵심인 금수조치 해제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쿠바의 정치 민주화와 인권문제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이날 아바나 혁명궁전에서 두 시간 넘게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화해의 시대로 나아가자는데에는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양국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는 몇몇 주요 현안을 놓고는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카스트로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쿠바 봉쇄정책을 해제한 것을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대쿠바 금수조치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가 미국과 쿠바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이어 "오바마 행정부가 무역과 여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불충분하다"며 금수 조치의 조속한 해제를 촉구했다. 

 또 미국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관계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봉쇄정책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금수조치는 종료될 것이지만 정확히 언제 끝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금수조치는 미국과 쿠바인들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정 시점에서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인적교류와 교육, 상업·무역, 시민사회 강화와 인권, 보건, 과학, 농업,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 법 집행 분야에서 구체적인 정상화 조치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