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요! 뛰어요! 짐 놓고 내려요!" 승무원 외침 '마이동풍'
활주로 동체착륙 두바이 항공 승객들 불길에도 "내 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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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화재 발생 90초 후 인명 사고 발생률 급격히 증가"
목숨 경각에 달린 긴박한 순간 승객들 짐 챙기기 이해 불가


[생·각·뉴·스]

 지난 3일 두바이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화염에 휩싸인 에미레이트 항공 여객기의 내부 영상이 공개됐다. 당시의 긴박한 상황이 담긴 영상에선 "빨리 뛰어내려요"라고 승무원들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 뒤로는 검은 연기가 피어난다.

 그런데도 영상 속 승객들은 급히 대피하기는커녕, 좌석 위 선반 위에서 자기 짐을 찾느라 분주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사고가 난 항공기는 에미레이트 항공의 보잉 777-300호. 이 항공기는 인도 남부를 출발해 수요일 낮 두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착륙 과정에서 랜딩기어(항공기 바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활주로에 동체착륙 하면서 기체는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당시 승객은 "착륙 과정에서 큰 충격이 있었다"며, "연기를 보자 사람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고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긴급 상황 시 항공사 측은 '90초' 안에 모든 탑승객을 기체 밖으로 탈출시켜야 한다. 탑승객이 기내를 찍은 영상을 보면 "짐을 놓고 빨리 탈출 슬라이드로 뛰어들라"는 승무원들의 고함에도 승객들은 짐을 챙기느라 바쁘다.

 다행히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처로 300명의 탑승 인원은 모두 무사히 대피했지만, 진화 과정에서 소방대원 1명이 숨졌다. 실제로 이번 사고에서도 동체착륙 후 83초가 지나고 기체 일부분이 폭발했다. 

 신문에 따르면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사고 상황에서 짐부터 챙기는 승객들의 이기적인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항공기는 사고 발생 시, 탑승구 중 절반을 이용해 90초 안에 모든 승객이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항공 전문가 애슐리 누네스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화재 발생 90초 후 인명사고 발생 확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승객들이 짐을 꺼내는 시간은 이 90초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비행기 사고가 날 때마다, 사람들이 대피하기 전에 짐을 챙기는 현상이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작년 9월 브리티시 에어 여객기가 라스베가스에서 불길에 휩싸였을 때에도, 일부 승객들은 짐을 챙기기 바빴고, 2013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이 착륙 중 사고로 전소했을 때에도, 사람들은 긴급 대피 지시에도 계속 짐을 챙겨서 나왔다.

 누네스는 "항공안전에서 시간은 곧 생명"이라며, "(사고 발생 시) 승객들이 짐을 꺼내는 행위는 탈출을 지연시켜 다른 승객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긴박한 순간에, 왜 사람들은 짐부터 챙기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