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영어 사교육비 지출 최고, 국가별 영어 구사 능력 순위는 전년 대비 3계단 하락

[지금 한국선]

"의사소통 목적아닌 성적 올리기 수단 영어 교육"
 토익 점수 950점 직장인 "美 손님 만나면 벙어리"

 한국의 영어실력이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교육 기업 에듀케이션 퍼스트(EF)가 최근 발표한 '국가별 영어 구사 능력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70국 중 27위였다.전년도보다 3계단 하락했고, 같은 아시아권인 싱가포르(12위)나 말레이시아(14위), 인도(20위)보다 순위가 낮았다. 일본(30위), 중국(47위)보다는 약간 높았다. EF는 "한국의 1인당 영어 사교육 지출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영어 능력은 향상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영어 사교육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정부의 2015년도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생은 지난해 영어 사교육에 5조9779억원을 지출했다. 미취학 아동·대학생·취업 준비생이 쓴 비용까지 합하면 영어 사교육비는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교육계에서 추정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인 대부분이 영어를 의사소통 목적이 아니라 학교 성적 올리기 수단으로써 공부하기 때문에 '점수'는 올라도 실력은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영어 교사는 "채점하기 편한 문법과 독해 위주로 영어 수업과 시험이 이뤄져, 학교에서 배운 영어 실용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성범 서강대 영미어문학과 교수는 "영어 교육에 확실한 목적과 방향성을 세우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학습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영어 실력은 마찬가지.

 지난 4월 한국토익위원회 조사에서 직장인 46.3%가 자기 계발을 위해 또다시 영어 공부를 한다고 응답했으나 '영어 울렁증'은 거의 해소되지 않는 실정. 

 대기업 입사 전 토익 학원을 석 달 다니고 만점에 가까운 950점을 받은 한 직장인의 경우 "입사 후 갑자기 외국인 손님을 맞이해야 할 때면 말문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그는 "학원 다니면서 토익은 200점 넘게 올랐지만 실제 영어 실력은 그대로"라며 "외국 클라이언트가 참여한 회의에서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을 땐 숨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