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준비 안 할 수도 없고"…경주 내남면 어수선한 추석
진앙 부지리·화곡리 일대 여진 계속…주민 "가슴이 계속 두근거린다"

(경주=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명절에 지진 소식 듣고 아들 내외와 손주들까지 찾아오니 좋기는 한데 지진 난 위험한 곳이라 마냥 반갑지만은 않네요…."

추석 연휴 첫날인 14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일대는 지난 12일 리히터 규모 5.1과 5.8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여파로 여전히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첫 지진이 난 뒤 지금까지 300차례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주민들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격으로 좀처럼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내남면 부지2리는 첫 지진(규모 5.1) 진앙인 내남초등학교 일대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경주시청에서 13㎞, 경주톨게이트에서 7.6㎞ 떨어져 있고 45가구에 약 60명이 산다. 대부분이 70∼80대 노인이다.

부지 2리 박종헌(61) 이장 "오늘 아침까지도 여진이 계속되면서 '웅∼'하는 소리가 나 주민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충격 때보다 진동이 서서히 낮아지고 있어 주민이 일상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명절을 맞아 객지에 있던 가족이 찾아오니 어쩔 수 없이 음식을 장만하고 차례상을 준비하고 있으나 일부 노인은 손주 손녀가 위험한 곳에 와있다는 생각에 더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오전에는 농사일하고 오후에는 회관에 10여 명씩 모여 지진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는 "5∼6가구 주민은 추석을 보내기 위해 대구, 울산 등 자녀 집으로 떠났는데 올해는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65가구에 주민 100여 명이 사는 부지 1리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이 마을에는 지난 12일 본진과 전진이 발생했을 때 주택 담이 무너지거나 물탱크가 파손되고 기와가 떨어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곳에서 직선으로 1.4㎞ 떨어진 내남면 화곡리 화곡저수지 인근 마을은 규모 5.8 지진(본진)의 진앙이다.

28가구에 주민 76명이 산다. 지진으로 주택 벽 균열, 기와지붕 탈락, 흙담 붕괴 등 피해가 났다.

화곡1리 권순영(55·여) 이장은 "오늘 새벽까지 여진이 계속되고 있고 그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권 이장은 "그렇다고 차례 준비를 안 할 수도 없어 마을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고, 주민도 같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마을 노인들이 여가를 보내던 회관이 지진으로 크게 흔들려 폐쇄했다고 밝혔다.

권 이장은 "원래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아 새로 지을 예정이었지만 이용에는 문제가 없어 노인들이 휴식공간으로 사용했는데 지진 때문에 안전을 우려해 출입 금지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내남면 박주식(60) 면장은 "지진 소식에 올해는 객지에서 자식이 더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며 "사람이 모이며 명절 분위기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것 같지만, 주민들의 불안한 기색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특히 "용장1리와 4리, 이조1리 기와집 50여 채가 이번 지진으로 피해가 컸다"고 전했다.

박 면장은 "지진 여파로 용마루가 내려앉은 집이 많은데 주말쯤 태풍 영향으로 경주에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는 "용마루에 비가 스며들면 목재가 크게 훼손될 텐데 아직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du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