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가보고 싶어 범행 후 택시 타고 관광" 진술…경찰, 계획범죄 추궁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 성당서 기도하던 여성이 흉기로 살해된 사건을 수사하는 제주서부경찰서는 피의자 첸모(50)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명확한 범행동기와 범행 전후 행적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첸씨가 범행 전날인 16일 해당 성당에 두 차례 들렸으며, 성당과 1㎞ 떨어진 한 교회도 한차례 갔던 것으로 해당 종교시설의 폐쇄회로(CC) TV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중 한 차례는 배낭 안에 흉기도 담고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하려고 했거나 사전 답사한 흔적은 없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첸씨가 사이가 좋지 않은 전 부인들이 믿는 종교와는 다른 종교에 가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보려고 성당과 교회를 가게 됐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범행 전날 종교시설에서 흉기를 휘두르려 했던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범행 후 첸씨가 40여㎞ 떨어진 서귀포 시내로 간 것에 대해 첸씨는 "경찰과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평소 서귀포시 관광을 하고 싶었다"는 등 흉기 살해 이후 취한 행동으로 보기에는 황당한 진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성당에서 범행을 저지르기 전 전 종교시설을 들렀고 제주에 입국한 뒤 흉기도 산 정황으로 보아 계획적 범행이 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첸씨는 종교적인 문제가 있거나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는 등 정신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첸씨는 중국 허베이성에서 목수 일을 하고 있고 평소 종교적 믿음을 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동기에 대한 첸씨의 진술이 애초 진술을 일부 번복하면서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잡혀가고 있다고 보고 있으나 여성 혐오에 대한 동기에는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중국과의 공조수사는 당장 필요한 사안은 아니고 정신감정 계획도 현재로써는 없다고 말했다.

첸씨는 이날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실질심사에서 범행 사실을 모두 시인했으나 상해하려고만 했지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무사증으로 제주에 온 첸씨는 나흘 만인 17일 오전 제주 모 성당에 침입해 혼자서 기도하던 김모(61·여)씨를 수차례 찌르고 달아났다.

첸씨의 흉기에 찔린 김씨는 병원 치료 하루 만인 18일 오전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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