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부터 40대 가장들까지 비숙련 취업이민 급증, 기피업종 육류가공·청소 1년 일하면 영주권

[지금 한국선]

연소득 2만불 안팎, 캘리포니아 최저 임금의 절반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수준... "그러나 희망을 꿈꾼다"

 #"이민 후 하루하루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어요. 과연 이 낯선 미국 땅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고요. 하지만 한국보다는 나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중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중소기업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이석우씨(가명·29)는 지난해 재수 끝에 미국 이민에 성공했다. 미국 남부의 한 닭공장에서 1년여간 일하는 조건이었다. 이민 비용에만 3만달러가 넘게 들었고, 최저 시급도 못 받고 1년간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지만 그는 기꺼이 고국을 등졌다.

 코리안 엑소더스(exodus).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한국을 떠나 아는 이 한 명 없는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이민 문턱이 높아지면서 소위 '닭공장 이민'으로 불리는 미국 비숙련 노동자 고용 프로그램(EB-3)이 인기를 끄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매일경제가 20일 보도했다. 

 EB-3는 식품가공업체, 청소업체, 닭가공 공장 등 취업 기피 업종에서 1년 동안 의무적으로 일하는 조건으로 영주권을 취득하는 프로그램이다. 원래는 불법체류자가 영주권을 받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다 마지막으로 찾던 방법이었지만, 최근 한국인의 지원이 크게 늘고 있다.

 연방 노동부 산하 고용훈련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회계연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노동허가서를 승인받은 한국인은 모두 2672명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600~700명 정도가 닭공장이나 청소업체 등을 통해 이민을 신청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인을 가장 많이 고용한 업체가 미국 앨라배마의 이름 없는 닭공장인 콕푸즈(Koch Foods)라는 사실이다. 이곳에 취업한 한인 노동자는 2011~2012년 18명에 불과했지만 2012~2013년 52명으로 2배 이상 늘었고, 2014년에는 59명에 달했다. 

 또 한인을 많이 고용한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절반인 5곳이 연소득 2만달러 안팎의 육류·생선가공업체 등 취업 기피 업종에 속했다. 캘리포니아주 최저 임금인 3만7584달러 대비 절반 남짓한 돈으로,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수준이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 닭고기 공장에서 일하더라도 이민을 가고 싶어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한국 청장년층이 처한 현실이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