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안 상정 지연작전?… 당정 공조로 국무위원 답변시간 연장 
野 "與, 국무위원들에 '엿가락 답변' 요청 목격"…막을 방법은 없어 속수무책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이정현 기자 = 국회의 23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난데없는 '국무위원 필리버스터' 논란이 빚어졌다.

이날 본회의에서 야당이 추진하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의 상정을 어떻게든 미루고자 하는 새누리당의 '요청'에 코드를 맞춰 국무위원들이 답변시간에 장황한 답변으로 시간 끌기에 나서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면서다.

이전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20대 여소야대 국회의 새로운 풍경이기도 했다.

국회법상 질문자의 발언 시간은 15분, 의사진행발언은 5분으로 제한되지만, 국무위원의 답변시간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한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해임건의안을 자동 폐기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신청 전에 본회의가 개의하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고 결국 이런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실제 이날 오후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 의원 차례가 되면 평소보다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졌다.

오후 3시 5분께 새누리당의 첫 질문자로 나선 정우택 의원은 자신의 모두발언과 질문은 짧게, 황교안 국무총리의 답변은 길게 하는 방식으로 50분가량을 끌었다.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은 의원 1명당 보통 30분 안팎이 소요됐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새누리 임이자 의원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19대 국회에서 추진한 노동개혁법안의 핵심, 노사정 대타협의 내용 등 원론적인 질문을 던졌고, 이 장관은 관련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교과서적인 답변을 했다.

이에 참다못한 더민주 의원들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니잖아요, 적당히 하세요. 이제"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장관의 '교과서 낭독 답변'은 이후 답변에서도 이어졌고, 야당의 항의를 받은 정세균 의장이 이 장관에게 "답변을 핵심 위주로 하셔야 할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미 필리버스터를 선보인 바 있는 더민주는 강력 반발했지만, 정부·여당의 합법적인 '지연작전'을 막을 뾰족수를 찾기 어려운 처지다.

이에 더민주는 내심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딱히 대응할 수단을 찾지 못한 채 어떻게든 대정부질문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해임건의안 상정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형식적으로는 대정부질문이라는 외피로 시간끌기 방해 꼼수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에 의한 필리버스터라는 듣도보도 못한 초유의 의사방해를 목격하고 있다. 김재수 일병 지키기가 눈물겹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 수석부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 재석한 정부관계자를 대거 소집해 시간끌기를 목표로 한 답변 늘이기를 요청한 장면이 다수에 의해 복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당장 저지를 위한 다른 방법을 찾고 있지는 못하지만 적절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차수를 변경해서라도 안건은 분명히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