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북한의 한 선전 매체가 남한에 50여 년 전 홍수피해가 났을 때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고 주장하면서 우회적으로 대북 지원을 촉구했다.

북한 매체 '내나라'는 이날 "주체48(1959)년 9월, 예년에 없던 비바람과 큰물이 온 남녘땅을 휩쓸었다"면서 1959년 9월 23일 채택된 대남 홍수피해 지원을 위한 '내각 결정 60호'를 상세히 전했다.

이 매체는 "눈비가 조금만 내려도 판자집에서 고생하는 남반부 인민들을 걱정하시고 강물이 조금만 불어도 남반부 인민들이 애써 지은 농사에 피해가 있을까 심려하신 위대한 김일성 대원수님께서는 남반부 이재민들을 한시바삐 구원하시기 위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 결정 60호를 채택하도록 하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 1차적으로 쌀 3만석, 직물 100만마, 신발 10만컬레, 시멘트 10만포대, 목재 150만재…. 이렇게 결정서 초안에 구호물자의 수량을 한자한자 적어나가시던 어버이 수령님께서는 쓰라린 마음을 억제하시는 듯 잠시 펜을 멈추시였다"고 전했다.

또 "미제와 친미사대 주구들의 악정에 의해 단 하루도 편히 살 수 없었던 남조선 인민들에게 자연재해까지 겹쳐 들었으니 그들의 생활을 어떻게 하면 안정시킬 수 있을까, 그러자면 또 무엇을 더해줄까,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기셨던 어버이 수령님께서는 결정서에 구원의 손길을 찾아 남반부 이재민들이 북반부에로 넘어온다면 언제든지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주리라는 것을 더 적어넣으시었다"고 선전했다.

매체는 "어버이 수령님께서 운명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자기들에게 이처럼 뜨거운 구원의 손길을 펼쳐주시였다는 소식에 접한 남녘땅 인민들은 수령님이시야말로 자기들을 구원해주시는 민족의 태양이시고 생명의 은인이시라고 하면서 어버이 수령님을 끝없이 흠모하였다"는 황당한 주장도 내놨다.

북한 선전 매체가 느닷없이 반세기 훨씬 전의 일화를 공개한 것은 최근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홍수피해에 대한 지원을 우회적으로 요구하면서 '지원 불가' 입장을 밝힌 우리 정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1959년 9월 태풍 '사라'가 전국을 강타해 모두 849명이 숨지고 2천533명이 실종됐으며, 37만3천459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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