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 열 수 (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김정은이 기어이 큰 사고를 쳤다. 4차 핵실험 8개월만에 세계인이 모두 반대하는 5차 核실험을 저지른 것이다. 9월 둘째주, 세계 각국의 주요 지도자들은 중국 항저우와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G20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짧은 회의기간을 이용해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강 정상들과 연쇄회담을 갖고 북한의 核ㆍ미사일 도발 억제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특히, 18개국 정상들과 함께 한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북한 핵ㆍ미사일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함께 표명하면서 '북한이 핵ㆍ미사일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하는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김정은은 무모한 核도발을 저질러 국제사회를 경악케 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핵도발에 대해 세계 각국은 우려를 넘어 분노하고 있다. 核실험 이틀만에 세계 63개국 정부와 UNㆍNATO 등 7개 국제기구가 동시다발적으로 對北 규탄성명을 발표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여기에는 소위 북한의 우방이라는 중국과 러시아도 포함되어 있다. 

 유엔 안보리 역시 규탄성명을 통해 '김정은 정권에 대해 더욱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심장한 경고를 남겼다. 사실 유엔 안보리는 1993년 이후 이미 7개의 對北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가운데 북한에 대한 제재 결의안만 5개나 된다. 또한 2016년 한해 동안 안보리는 무려 10번이나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 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러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나 규탄 성명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보리 결의안이나 규탄성명이 채택될 때마다 발끈하면서 '사변적 조치'운운하며 북한주민들의 생명을 볼모로 협박하기 일쑤였다.

 김정은이 핵에 집착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아 자신의 철권독재를 영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인도나 파키스탄 등의 전례를 따라 배워 사실상의 核보유국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속셈이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날이 올수도 없지만, 만약 인정한다면 그 순간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와 전세계 각국이 서로 핵을 갖게 되는 일명 '核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저지른 이번 5차 핵도발은 북한정권의 절멸을 재촉하게 될 것이다. 격앙된 국제사회는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안보리가 미리 경고한 '더욱 중대한 조치'에는 유엔 가입국, 즉 중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가 對北 원유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권침해의 온상으로 지탄받고 있는 북한의 해외 인력송출, 즉 외화벌이 사업도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실제 적용한다면 북한당국은 물론이고 기업이나 은행 등과 거래하려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김정은의 비자금은 씨를 말리고 당국의 정보차단으로 외딴섬에 고립된 채 살아가는 북한주민들은 세계인과 소통하며 희망의 불씨를 살려가도록 돕기위해 마련한 것이다.  

 김정은이 제아무리 200일 전투 등으로 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안간힘을 써봐도 이번 5차 핵도발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을 막기는 어렵게 됐다. 핵실험 지역으로 지목된 함경북도 풍계리 인근지역이 지금 물난리라고 하지만, 수해복구 지원물자까지 핵ㆍ미사일 개발에 전용하는 김정은 정권에 대해 과거처럼 인도적 물자가 전달될지는 의문이다.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체제선전에 악용될 것을 알면서 물자를 지원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김정은이 이미 5차 핵도발로 조롱했기 때문이다. 김정은만 '사변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사회도 김정은의 막가파식 행동에 대해 사변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다. 核 망상을 접고 民生을 우선 챙기는 지도자, 국제사회의 경고를 경청하고 평화를 일궈나갈 현명한 새 지도자가 김정은 자리를 대신할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