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친고죄 폐지로 웃고 울고. ’ 

최근 ‘성범죄’에 연루된 연예인들이 친고죄 폐지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 배우 이민기, 이진욱이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이들을 고소했던 피해 여성 일부는 무고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반면 지난달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엄태웅과 전 여자 친구와 성관계중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검찰수사중인 가수 정준영은 친고죄 폐지의 ‘역풍’을 맞고 있다. 

그동안 성범죄는 피해자나 고소권자가 고소해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였지만 지난 2013년 6월19일부터 친고죄가 폐지돼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피해자와 합의해도 처벌받게 됐다. 성범죄가 친고죄에 해당됐을 때는 연예인들의 성범죄 사건은 대부분 합의로 조기 종결되곤 했다. 그러나 친고죄 조항이 폐지된 이후엔 연예인이 피해자 측과 합의해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도 사건 수사는 계속 진행돼 시시비비를 가린다.  

연예계에 성스캔들이 잇따르며 충격을 안긴 가운데 박유천, 이민기, 이진욱은 경찰 수사에서 성폭행 혐의와 관련해 일찌감치 무혐의 판정을 받아 사건 장기화로 인한 더이상의 이미지 추락을 막았다. 그러나 안마업소 종업원에게 성폭행 혐의로 지난달 15일 피소된 엄태웅은 지난 1일 경기도 분당경찰서에서 1차 조사를 받았지만 피해자 측과 입장차가 커 몇차례 더 소환조사가 예정돼 수사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유부남인 엄태웅은 성폭행 무혐의는 물론,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간통죄가 폐지돼 성관계 여부가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은 면하지만 인기 육아프로그램 등에서 쌓아온 대중적인 호감도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정준영 측은 23일 스포츠서울의 단독보도로 성범죄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섣부른 해명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소속사 측은 “A씨가 사소한 오해가 생기자 우발적으로 고소한 사실이 있지만 바로 고소를 취하하고 수사기관에 사실관계를 바로잡아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며 “비친고죄 특성상 절차에 의해 혐의 여부와 무관하게 검찰에 송치된 것이다. 현재 검찰에서도 정준영에 대한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없다고 보는 것으로 안다”고 지난 24일 해명했다. 

그러나 소속사 측이 ‘단순한 해프닝’이라 치부한 사건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타인의 의사에 반한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행위’였고 “경찰에서 무혐의로 종결났다”는 주장과는 달리 경찰은 정준영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지난달 24일 서울 동부지검에 송치해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다. 특히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해 위반시 엄격히 처벌받는다.  

정준영은 경찰조사에서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전 여자 친구가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착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5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여자 친구와의 영상은 장난삼아 동의하에 촬영한 것이고 즉각 삭제했다”며 “이별하는 과정에서 전 여자 친구가 우발적으로 신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측은 “정준영의 혐의에 대해 원점부터 다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준영은 성범죄로 피소돼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기존에 출연중인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과 tvN ‘집밥 백선생2’ 출연은 물론, SBS ‘정글의 법칙 in 남태평양’ 촬영을 떠났다가 지난 22일 귀국했다. 정준영이 출연중이거나 출연을 앞둔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사건의 추이를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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