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상태로 넘어와…남북간 총격전 등 충돌 없어
합참 "인근에 대북 확성기 운용 중"…심리전 영향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군 병사 1명이 29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군에 귀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10시께 북한군 병사 1명이 중동부전선 MDL을 넘어 귀순해왔다"고 밝혔다.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군복을 입었으나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남쪽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남북간 총격전과 같은 충돌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우리 군은 귀순자의 신병을 확보했으며 귀순 동기와 과정 등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상대로 유관기관과 함께 합동신문에 착수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일반전초(GOP) 대기초소 근무자가 북한군 귀순자를 처음 발견했으며, 소초 '초동조치조' 2명과 중대장을 포함한 '귀순자 유도조' 4명이 그에게 접근해 귀순 의사를 확인하고 GOP 철책으로 유도했다고 보고했다. 북한군 귀순자 발견에서 유도까지는 9분이 걸렸다.

대기초소에 근무하던 초병이 육안으로 북한군 병사를 가장 먼저 포착해 중대 상황실로 보고했고 중대 감시장비가 그를 식별했다.

북한군은 귀순을 전후로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감시와 경계를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해 현지 사단 GOP의 감시·경계태세를 격상하고 군단의 화력대기태세도 높였다.

북한 군인이 MDL을 넘어와 귀순한 것은 작년 6월 15일 북한군 병사 1명이 비무장지대(DMZ) 우리 군 소초(GP)에 귀순한 이후 1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 북한군 병사도 중동부전선에서 MDL을 넘었으며 야음을 이용해 우리 군 GP 근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GP에 접근하던 중 우리 군에 발견됐다.

이번에 MDL을 넘어온 북한군 병사는 우리 군이 작년 8월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 심리전인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한 이후 첫 귀순자로, 확성기 방송의 영향으로 귀순했을 가능성도 주목된다.

합참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귀순한 곳에 대북 확성기가 있느냐'는 정의당 김종대 의원 질의에 "이 지역 일대에서 운영되고 있다. 인근 지역에 있다"고 답했다.

우리 군은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 시간을 늘리는 등 강도를 높였고 방송 시설도 2배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북한군은 올해 들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해 DMZ 경계초소를 늘리고 지뢰도 대량 매설하는 등 MDL을 통한 귀순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2010년 이후 북한에서 MDL과 동·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쪽으로 귀순한 사람은 군인과 민간인을 합해 약 70명에 달한다.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