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필요하다고 흉기로 죽이고 화난다고 방화 살인 

(전국종합=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10대 청소년 범죄가 흉악해지고 지능화하고 있다. 분노를 참지 못하거나 금품 등을 노려 온갖 잔인한 수법으로 범죄를 저질러 경찰마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청소년은 호기심과 충동 탓에 범행에 가담하는 사례가 많아 죄의식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범죄를 예방하려면 전문 상담·치료 시스템을 확대하고 가정과 학교의 정기적인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패륜범죄에 장애 아버지, 어머니·이모 사망

지난 8월 대전에서 어머니와 이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A(19)군이 경찰에 체포했다.

고교 졸업 후 일자리를 얻지 못한 A군은 범행 며칠 전 친구들과 마약 성분이 든 약물을 복용하고 이상 행동을 보이다 패륜범죄를 저질렀다.

같은 달 인천에서는 10대 남성이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밥상 다리와 효자손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아버지는 평소 척추협착증과 뇌병변을 앓아 아들의 폭행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아들은 범행 후 태연하게 3시간 동안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귀가했다.

◇ 금품 노린 범행에는 범죄꾼 뺨치는 전문수법 동원

지난달 중학교 동창인 10대 4명이 부산과 경남 20곳의 상점에서 자동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카운터 현금 600만원을 훔쳤다.

범행에 앞서 상점 내부는 물론 주변 도로를 답사하고 상점 영업시간까지 확인하며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사전 답사와 철저한 범행 준비, 역할 분담 덕분에 상점을 터는 데 걸린 시간은 1분도 되지 않았다.

전북 전주에서는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하는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고 보험금을 타낸 10대 15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역주행하는 차량을 이른바 '망잡이'가 발견하고 공범에게 연락하는 것을 시작으로 범행이 진행된다.

공범은 자신의 차량으로 역주행하는 차량에 고의로 부딪혀 사고를 낸다. 이런 수법으로 6개월 동안 전주에서만 6차례 사고를 내 보험금 2천400만원을 챙겼다.

◇ 흉기로 찌르고 벽돌로 치고 볼 질러…범행 수법 '살벌'

지난 6월 광주에서 고교생 최모(17)군이 가출해 돈이 필요하자 아파트에 침입, 50대 주부를 살해하고 금품을 털었다.

최군은 칼 세 자루와 펜치를 준비해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뒤에는 집안 곳곳에 남은 자신의 흔적을 닦아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지난 5월 대전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는 10대 청소년이 후배와 말다툼하다 화가 나자 생면부지의 여성을 벽돌로 무참히 폭행했다.

지난 4월 경기 안산에서는 10대가 학원에 불을 질러 2명을 숨지게 했다.

지난 2월 전남 화순에서는 10대 고등학생이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하고 친구와 함께 시신을 유기하기도 했다.

성인도 좀처럼 하지 않은 잔혹 범죄를 태연하게 저지른 것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박남춘(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1∼2015년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4대 강력범죄를 저지른 10대(만 10세∼만 18세)는 1만6천565명에 이른다.

범행 별로는 살인 109명, 강도 3천584명, 성범죄 1만1천738명, 방화 1천134명이다.

◇ 운전 미숙 등으로 무더기 사망 교통사고도 속출

지난달 대구시 달성군 국도에서 최모(19)군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도로 옆 옹벽을 들이받아 최군과 동승한 10대 친구 4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최군은 운전면허증을 딴지 얼마되지 않아 렌터카 회사 차량을 빌려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경남 고성군에서는 김모(19)양이 렌터카를 빌려 고교 후배 2명을 태우고 운전하다가 신호를 기다리던 덤프트럭을 들이받아 모두 숨졌다.

지난 7월 전남 나주에서는 10대 3명이 차를 몰다가 운전 미숙으로 편의점을 뚫고 들어가 종업원이 다쳤다.

가해 운전자가 10대인 교통사고는 2013년 8천20건, 2014년 9천79건, 2015년 9천646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청소년 범죄는 호기심과 충동 때문에 생기는 사례가 많고 죄의식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인터넷이나 게임에 중독돼 인간관계와 사회적인 교류가 결여돼 죄의식 없이 범죄를 모방하기도 한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범죄가 강력범죄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광주지방경찰청 서기원 아동청소년계장은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은 가정이나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의 보살핌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범죄의 심각성이나 인생에 미칠 악영향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청소년 범죄를 상담하고 치료하는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청소년 범죄의 연소화와 우발 범죄의 증가를 막으려면 단기처방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가정과 학교에서 정기 인성 교육을 통해 규칙을 준수하고 가치관을 적립하는 과정이 장기간에 걸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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