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90kg이네요…21열 C좌석으로 가서 앉으세요"

[이슈진단]

법원, '호놀룰루-사모아'노선 승객 체중 체크 "차별 아냐"
안전 위해 필요한 조치 인정…타 항공사로 확산 여부 주목

 앞으로 비행기 보딩 패스를 받기 전에, 특히 비만 승객들은 체중을 밝혀야 할지도 모르겠다. 미국 하와이 항공사가 일부 루트에서 승객의 체중을 재는 룰과 관련한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뉴욕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하와이 항공사(Hawaiian Airlines)는 기체가 받는 하중의 균형을 잡으려고, 승객의 몸무게를 쟀다. 화물과 마찬가지로, 승객들도 체중에 따라 기체의 좌우·앞뒤에 고르게 배치해 에너지 효율성과 운항 안전성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이 항공사는 이 같은 방침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미국령 사모아를 오가는 여객기인 보잉767에 적용했다. 이 지역 승객들의 평균 몸무게가 계속 늘어나면서, 짐칸 적재물을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는 하중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체중에 따라 좌석을 배치하면서, 선(先) 좌석 예약제도 불가능해졌다.

 그러자 승객들은 항공사를 대상으로 이런 룰이 '차별'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호놀룰루와 사모아를 잇는 여객기의 이용 승객 대부분은 사모아인이기 때문에, 다른 루트엔 '승객 체중 체크 및 좌석 배치'제도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유독 이 루트에만 이를 적용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하와이 항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측은 "호놀룰루와 사모아를 오가는 승객들에게 이 룰이 적용된 것은 바로 사모아인들의 높은 비만율 때문이며, 이 룰은 승객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사모아인의 성인 비만율은 74.6%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여객기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면 착륙 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타당한 룰이라는 것이다.

 법적으로 승객 체중을 잴 수 있는 권리를 얻은 하와이 항공사는 이제 이 여객기 승객을 대상으로 몸무게를 재고 이에 따라 좌석을 배치하고 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