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도 못 여는 靑ㆍ野 대치…결단없으면 혼란 지속
與비주류도 '대통령 2선 후퇴' 요구 증폭…탈당 요구까지 
野 "김병준 철회·2선 후퇴 없이는 영수회담 없다" 초강경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헌정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건인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마비 사태가 계속되고 정국 혼란이 가속화되면서 여야 모두 탈출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여당과 야당, 청와대 모두 해법이 제각각이고 여당 내에서는 계파간 대립까지 격화되면서 정국은 좀처럼 해법을 찾기 힘든 '진흙탕 국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2선 후퇴'와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지명 철회 및 국회 추천 총리 수용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야당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 문제를 둘러싼 전격적인 결단과 절충에 따라 격랑 치는 정국이 달라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일단 여야 대표와의 '영수회담' 개최와 '김병준 책임총리' 카드로 정국을 수습한다는 복안으로 야당의 설득에 나섰다.

이에 따라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7일 여야 지도부를 방문해 김 총리 지명의 배경을 설명하고 수용을 당부하는 한편, 이르면 8일 박 대통령이 제안한 '영수회담'을 열자고 했다.

청와대는 2선 후퇴는 법적 용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표현을 꺼렸지만 "현행법에서 수행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막강한 권한을 김 내정자에게 드릴 것"이라고 '책임총리' 노선을 거듭 강조하고, 여야 대표와의 회담이 성사되면 야권이 요구하는 김 총리 내정자의 지명철회 문제까지도 다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뜻까지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회를 직접 방문해 여야 대표와 회담할 수도 있다는 '전향적' 입장까지 내놨지만, 야당은 이 같은 제안도 거부했다.

김 총리 지명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야·청이 합의를 봐서 좋은 총리 후보를 내면 저의 존재는 없어지는 것"이라며 '자진사퇴 불가' 입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났지만, '김병준 카드는 무효'라는 야권의 방침은 요지부동이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이 김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2선 후퇴를 약속하지 않으면 대통령과 회담할 이유가 없다며 회담 거부 의사를 전달했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아예 한 비서실장과의 만남조차 거절했다.

무엇보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김병준 카드'를 접고 2선으로 물러나지 않으면 이번 주말 열리는 시민사회의 '대통령 하야 촛불집회'에 맞춰 대대적인 정권 퇴진 운동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정국을 둘러싼 긴장도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민심에 반하는 폭주개각을 철회하고 국회 추천 총리를 수용해 정국을 수습해야 한다"며 "끝까지 외면하면 불행히도 정권퇴진 운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언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소장파는 대통령 탄핵소추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이번 주 부족한 사과를 실천으로 메우지 않으면 촛불은 횃불이 되고 민심 쓰나미가 청와대를 덮칠 것"이라며 "대통령이 정국 수습을 위한 해법을 내지 않으면 민심을 따르는 결단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야 3당 대표들은 또 오는 9일 국회에서 회동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로 해 주목된다.

새누리당 비주류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여권 내에서 금기시돼온 박 대통령의 탈당과 2선후퇴 요구가 비주류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비주류의 리더 중 한 명이자 대권 잠룡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긴급 회견에서 "헌법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하며 국정을 운영했다"면서 "대통령은 당의 제1호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당적을 버려야 한다"며 대통령 탈당과 당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또 다른 비주류 잠룡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서 "거국중립내각이 성사되려면 대통령의 탈당이 필요하다"며 박 대통령 탈당과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최고위원단 중 유일한 비박(비박근혜)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직 사퇴를 공식 선언,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 지도부'의 전원 퇴진을 압박했다.

앞서 비박계 3선 이상 중진 의원들도 오전 국회에서 별도로 회동해 이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위기관리의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 달라"며 사퇴를 거부함에 따라 당 지도부의 거취를 둘러싼 친박과 비박계의 충돌은 정면대결 양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흔들림 없는 '대통령 2선 후퇴 요구'에 여당 비주류까지 가세함에 따라 박 대통령이 결국 이번주 중으로 정국 수습을 위한 모종의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