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분노·불신·상실감…'집단 우울증'

 청주에 사는 박모(69)씨는 요즘 들어 한숨을 쉬는 일이 잦다. 사소한 일로 가족에게 짜증을 내고,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치밀어올라 가슴이 답답하다. 반복돼 나오는 '최순실 국정 농단' 보도를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져 TV도 끊었다.

 한국이 '집단 우울증'에 빠졌다. 국민의 기대가 분노와 실망감으로 변한 것이다.

 특히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이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순실증'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최순실 일가가 국정 농단을 벌인 것은 물론, 축적 과정이 불명확한 재산이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실감과 무력감은 더 커진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을 믿고 지지했던 사람들은 허탈함을 표출하고, 청년층은 원칙이 무너진 사회를 빗대 '이게 나라냐'라는 울분을 터트린다"라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사회 전체가 우울증으로 빠져 자칫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성난 민심'…양초·소주 판매 급증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의 공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성난 민심이 소비 흐름에도 나타나고 있다.

 9일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약 열흘 동안 양초의 매출은 전년 대비 52.6% 급등했다. 전주 대비 역시 60% 신장했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규모 촛불집회 탓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이 기간 편의점에서 서민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소주를 중심으로 술 매출이 급등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실제 CU에서는 소주 매출이 전년 대비 25.4% 급등했다. 특히 맥주(-8.5%), 막걸리(-3.5%), 와인(-1.5%) 등 다른 술은 전주보다 매출이 하락했지만 소주는 전주 대비해서도 오히려 매출이 9.6% 늘었다.

 이런 현상은 편의점의 경우 비계획적 소비 성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술 매출 증가는 그만큼 그때그때 편의점에 들러 술을 사 마신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또 상대적으로 값싼 소주가 잘 팔리는 것은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사회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정국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