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 시진핑…그리고 '필리핀 트럼프' 두테르테

[뉴스진단]

 막말과 기행, 대중 분노 자극등 포퓰리즘적 정치로 유혹 
 사회 불안에 가시적 결과 신속 도출 권위적 지도자 선호

  

 소수 인종과 여성에 대한 막말과 기행(奇行),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는 정치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지구촌의 '강한 리더'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이들은 민주적 절차나 상식을 벗어나는 언행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와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국민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마초(macho·거친 남성) 이미지로 널리 각인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1인 독재를 굳혀 가는 시진핑 중국 주석, 군사 쿠데타를 조기 진압하고 입법·행정부를 모두 장악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필리핀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아랍의 민주화 세력을 잠재우고 독재 권력을 굳히고 있는 압둘팟타흐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트롱맨(strong man·강성 지도자) 전성시대'라고 했다.

 이들의 특성 중 하나가 강한 폭력적 성향이다. 푸틴은 2차 체첸 전쟁을 잔혹하게 진압했고, 엘시시는 쿠데타 당시 무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해 25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 트럼프도 유세 과정에서 "테러리스트를 고문하는 것은 당연하고, 테러리스트 가족까지 사형시키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FT는 "민주주의가 스트롱맨의 유혹에 대해 면역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오랜 경제 침체기를 겪고 있는 현실 역시 각국에서 포퓰리즘이 성행하는 원인이 됐다. 미 의회조사국 외교협회(CFR)의 조슈아 컬란지크 연구원은 "사회적 안정을 위해 민주주의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찾는 중산층이 늘고 있다"며 "사회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이 민주적 절차를 거쳐 일을 진행하기보다 가시적 결과를 신속하게 도출할 수 있는 권위적 지도자를 바란다"고 했다. 폭력을 동원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테르테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크 헤더링턴 밴더빌트대 교수는 "권위주의를 선호하는 유권자들은 토론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저 강한 지도자에게 복종하는 것을 더 편안하게 느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