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조사 없이 실체 규명 어렵다 판단…포스코 회장 내일 소환
금호·포스코·부영·LS 임원 '줄소환'…모금 강제성 조사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검찰이 작년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대기업 총수 전원을 조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순실 의혹' 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작년 7월 24∼25일 진행된 면담이 이뤄진 경위와 대화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박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 개입 의혹을 푸는 데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당시 참석자들을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 대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7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해서 무슨 얘기가 오고갔는지를 조사하려고 한다. (검찰이) 듣고자 하는 실체적 진실에 맞는 답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작년 7월 24일 청와대로 대기업 총수 17명을 물러 오찬을 겸한 공식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 대통령은 공식 행사 때 "한류를 확산하는 취지에서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주문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은 이날과 다음날에 걸쳐 청와대와 외부 모처에서 개별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8일 검찰은 '독대 의혹' 조사 방침을 밝히면서도 재벌 총수들을 조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가장 효율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겠다. 국민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당시 검찰은 "기업들이 사실에 부합하게 얘기를 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총수도 불러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후 검찰은 미르·K스포츠 강제 모금 의혹과 관련해 삼성, 현대차, LG, SK, CJ, 한화, 한진 임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그러나 이들이 당시 박 대통령과 총수들과의 면담 사실을 아예 몰랐다거나 면담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해들은 바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함에 따라 검찰은 박 대통령 조사에 앞서 면담 참석자 조사가 불가피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개별 면담 내용이 향후 박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는 개별 면담에 앞서 대통령에게 참고 자료로 각 기업의 주요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각 기업들이 해결을 원하는 '민원' 내용도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만일 박 대통령이 당시 면담 과정에서 개별 기업의 '민원'을 청취하고 두 재단 출연금을 요구했다면 두 재단 운영 난맥상과 관련한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넘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대기업 총수 조사가 기업 이미지 훼손 등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항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 소환 조사와 서면조사 방안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만약 여의치 않다면 직접 조사 할 것이다. 배제는 하지 않고 있다"라며 기업 총수들을 직접 소환 조사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원화 가치가 급락해 수출 전망에 비상이 걸린 점도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최씨 관련 의혹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서면조사가 '재벌 특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신중히 조사 방식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검찰은 재벌 총수 독대 의혹과는 별개로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강탈 의혹과 관련해 권오준(66) 포스코 회장을 11일 소환해 조사한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씨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그의 측근들은 작년 포스코가 중소 광고사에 매각한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역시 차씨 측의 광고사 강탈 시도를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이 광고사가 차씨 측의 지분 인수 시도를 거부하자 포스코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광고 발주가 급감해 경영난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검찰은 권 회장이 안 전 수석 등으로부터 포레카 매각 및 이후 광고 발주와 관련해 부당한 요구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해볼 방침이다.

검찰은 또 작년 포스코가 경영 합리화를 명분으로 포레카를 매각하기로 한 것 자체가 차씨 측에 이 회사를 넘기기로 한 '큰 그림'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권 회장을 상대로 K스포츠재단과 최씨 개인회사 더블루케이 관계자들이 올해 2월 포스코에 배드민턴팀 창단을 요구하면서 50∼60억원의 지원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K스포츠재단 회의록을 보면, 안 전 수석은 "포스코 회장에게 얘기한 내용이 사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즉시 조처를 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이 있다.

검찰은 K스포츠재단의 부영 추가 출연 요구 등과 관련해 이중근 부영 회장도 조만간 직접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 회장을 상대로 K스포츠재단의 70억원 추가 출연 요구와 세무조사 청탁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올해 2월 안 전 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진 회의에서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은 경기도 하남시에 체육 시설을 건립하겠다면서 부영에 70∼80억원의 지원을 요구했는데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원 가능 의사를 밝히면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한편 검찰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 규명과 관련해 금호아시아나 서모 사장, 부영 김모 사장, LS 안모 전무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중이며, 포스코 최모 부사장도 이날 불러 조사한다.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