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공범"...한국 헌정 사상 첫 피의자 대통령 치욕

검찰 중간수사 발표 "박 대통령, 대기업 모금 지시 등 혐의"
안종범·정호성과도 공모 관계...대통령 뇌물혐의 계속 수사

 검찰이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60)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및 청와대 문건 유출혐의를 함께 받는 '공동 정범'이라고 규정하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소장 범죄 사실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고 적어, 박 대통령을 '공동 정범'으로 적시했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에 입건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검찰 발표 "대통령은 崔·安 등과 공동정범"

 검찰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거액을 출연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범) 등으로 현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구속기소 했다. 두 재단의 강제 모금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씨에게 청와대와 정부 부처 문건을 넘겨준 혐의(공무비밀누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 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과 (박 대통령이) 공모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헌법 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특수본은 위와 같은 판단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그야말로 사실 관계가 드러난 것을 중심으로 공소장을 작성했다"며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은 100%라고 말 못하겠지만 거의 99%는 입증 가능한 부분만을 썼다"고 설명했다.

 공소장과 검찰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최씨는 안 전 수석을 통해 작년 10월과 올해 1월 순차적으로 출범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53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도록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검찰은 일련의 과정에 박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박 대통령도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명시적·노골적인 지시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또는 의중을 헤아려 이뤄진 것인지에 따라 대통령의 법적 책임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본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인지해 입건했고, 12월초로 예상되는 특검 출범 전까지 관련 수사를 계속해 의혹을 규명하기로 했다.

 검찰은 일단 직권남용 혐의를 주로 적용했지만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 가능성도 열어두고 삼성의 정유라 특혜 지원 의혹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계속해나가기로 했다.

◇청와대 "사상누각·인격살인" 당혹→유감→격앙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공모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예상을 뛰어넘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촛불 민심에 역주행한다는 비판과 더불어 야권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검찰 조사 거부와 더불어 탄핵절차를 통해 진실을 가려보자는 초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인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다"라며 "검찰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어 "그런 경우라면 차라리 헌법상 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되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검찰 수사는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되는 만큼 검찰 조사를 건너뛰고 특검으로 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탄핵수순 및 특검수사 등의 절차를 통해 자신의 혐의 부분에 대한 법리 논쟁을 장기적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탄핵절차의 경우 탄핵의결 정족수 확보, 최대 180일이 걸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 과정, 내년 1월 박한철 헌재소장의 퇴임 등 여러 변수를 감안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