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위한 행진곡’, ‘바위처럼’ 같은 민중가요 대신 이승환의 ‘덩크슛’,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가 광장에 울려퍼진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아침 이슬’의 상징성을 갈음하고 있다. 이승환·전인권·이효리를 비롯해 수십여 대중 가수들이 참여한 ‘길가에 버려지다’가 ‘국민 위로송’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대의 중요한 순간과 호흡하는 노래의 결이 바뀐 것이다.

매주말 수십, 수백만명이 ‘박근혜 퇴진 범국민행동’을 위해 모이는 광화문 광장에서 울려퍼지는 노래가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다. 민중가요나 운동권 노래들의 빈자리를 대중가요들이 메우고 있다. 유명한 ‘민중 가수’ 대신 이승환, 전인권, 십센치 등 소위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가수들이 집회의 메인 무대를 장식하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승환은 지난 12일 100만 시민들이 모인 서울 광화문광장 무대에 서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한, 그래서 마냥 창피한, 요즘 더욱 분발하고 있는 이승환“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후렴구를 “하야하라 박근혜”로 고친 ‘덩크슛’을 열창해 큰 호응을 얻었다. 19일 행사의 ‘헤드라이너’는 전인권이었다. 전인권이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를 때는 수만여 명이 합창을 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십센치의 ‘아메리카노’, 크라잉넛의 ‘말달리자’ 등도 광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곡이다. 이승환은 전인권, 이효리 등과 함께 최근 공개한 ‘길가에 버려지다 파트1’, 장필순, 윤도현 등 50여개 팀이 나선 ‘길가에 버려지다 파트2’ 등을 21일 각종 음원사이트에 무료로 공개했다. 특히 파트2 음원과 함께 공개된 영상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고(故) 백남기의 딸 백도라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비롯해 전국의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까지 총 20여명이 직접 노랫말을 손글씨로 적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1980년대 시민 사회, 운동권의 문화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텍스트 문화에서 모바일 시대로 변하면서 획일화되는 게 아니라 각자 개성을 살릴 다양한 문화가 중요하게 됐다. 대중 음악 등 소통, 교감이 원활한 컨텐츠가 광장에서 훨씬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위 ‘운동권 출신’ 가수가 아니라 대중 가수들이 전면에 나서는 현상에 대해서는 “1980년대 군부독재에 저항하던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최근 문제는 정치적 맥락에서 접근하는 운동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다. 정치보다는 상식의 논리로 접근하는 대중이, 광장에서 평화시위를 원하는 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오래전 운동권 문화와 결이 다른 대중가요가 큰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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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드림팩토리